경제·금융

“핵심 실세엔 칼날 무디어질듯”/정치권수사 어디까지

◎청와대·재경원 고위공무원 관련 아직 미궁에한보사태를 수사중인 검찰이 고민에 쌓여 있다. 한보와 정치권의 커넥션을 밝혀내는 개가를 올리고 있으면서도 속내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수사의 범위와 파장이 예상을 훨씬 뛰어 넘고 있기 때문이다. 한보 로비의 검은 실체가 양파껍질 벗기듯 드러날 때마다 내심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자신감을 보인다. 『성역없는 수사』를 거듭 강조한다. 실제로 홍인길·정재철 의원의 구속에 이어 김우석 내무부장관과 황병태 의원까지 소환하는 등 수사가 급진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정태수씨가 돈을 뿌린 대상이 한 둘이 아니고 보면 검찰로서도 어디로 칼날을 돌려야 할지 모르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들을 모두 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면 정말 내밀한 곳까지 파고들어야 하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현재로서 예측해 볼 수 있는 검찰 수사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여권의 대권주자 등 핵심 실세에까지는 수사의 칼날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미 검찰 내부에서는 여론과 정치적 계산 사이를 오가며 사법처리의 「줄타기」를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검찰이 유독 『수사대상 정치인중 아직까지 대선 주자는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정치인 사법처리가 일정한 선에서 마무리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정치인들의 사법처리는 구속된 홍·정의원과 황의원, 김장관에 1∼2명을 더해 5∼6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외형상 「대어」라고 볼 수 있는 신한국당 의원 3명과 현직 장관, 국민회의 실세 의원 1명을 일단 사법처리한 뒤 여론의 향배를 지켜보며 수사 방향을 정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무튼 검찰은 「제한적 사법처리」를 기본에 깔고 수사의 줄기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검찰은 한보 대출외압을 홍·황 두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구도를 잡고 있다. 전체적인 사건구도로 볼 때 정태수­ 홍·황의원­ 은행 간의 특혜대출 삼각 커넥션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5조원대를 웃도는 특혜 대출을 주도한 인물로 홍·황 두 의원을 지목한 데는 무리가 있다. 홍의원의 혐의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은행장들에게 대출 압력을 넣고 정태수씨로부터 8억원을 받았다는 것 뿐이다. 황의원도 15대 국회 이후 재경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이 역시 지난해 4월 이전의 특혜대출과는 직접 연관이 없다. 따라서 지난 92년부터 시작된 한보철강에 대한 여신 규모와 내역에 비춰볼 때 홍의원 등이 돈을 받은 시점 이전에는 『누가 대출 압력을 넣었느냐』는 의문이 남게 된다. 더욱이 지난 한해의 여신만도 2조원이 넘는 규모인데 의원 1명의 외압만으로 4개 거래은행이 순순히 거액 대출에 동참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결국 홍·황의원의 뒤에는 이들을 든든히 받쳐주는 또 다른 핵심이 존재할 것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분석이다. 그 핵심을 밝혀내지 못하는 한 검찰의 외압수사는 그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한편 청와대·재정경제원·은행감독원 등 한보의 금융 및 정책 지원에 간여한 전·현 고위 공무원들에 대한 의혹은 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한보 수사가 여권의 차기정권 재창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점 등이 고려돼 수사가 막바지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성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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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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