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업 구조조정 자금이 말라간다

우량기업 헐값 인수 사모펀드에만 자금 몰려<br>9월까지 CRC 투자액 2,688억…작년 25% 그쳐<br>모태펀드 조성·출자자 양도차익 감면등 유인책 필요


부도율이 크게 높아지며 부실기업은 쏟아져 나오는데 이들을 살려내는 데 필요한 기업구조조정 자금은 말라가고 있다. 증시 침체로 우량기업을 헐값에 인수할 수 있는 사모펀드(PEF)로만 자금이 몰려들 뿐 부실기업을 살려 고수익을 얻는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의 투자자금은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부실 중소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CRC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일 CRC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CRC의 투자 금액은 2,688억원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의 투자규모(1조1,012억원)에 비해 4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투자 금액 가운데 CRC의 자체 투자 규모는 1,712억원으로 지난해(8,077억원)의 4분의1, CRC펀드 투자 규모는 976억원으로 지난해(2,935억원)의 3분의1 수준에 그쳤다. CRC 투자 자금규모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2000년 7,932억원에서 ▦2001년 1조6,632억원 ▦2002년 1조2,025억원 등으로 1조원을 웃돌았다. 지난해도 1조원을 넘었지만 올 들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올 들어 투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정상기업이 헐값에 팔리는 상황이 되면서 부실기업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량기업을 싸게 인수할 수 있는 PEF 쪽으로 투자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한 CRC업계의 대표는 "우량 상장기업도 헐값에 사서 안전하게 차익을 낼 수 있는데 손실위험이 높은 부실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곳은 없다"며 "우량기업을 매수하는 PEF는 투자 자금 풍년이지만 부실기업 회생을 돕는 CRC는 돈 가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PEF는 올 상반기에 16개, 하반기에 15개가 신규로 설립됐고 총 14조6,000억원이 출자됐다. 이 가운데 8조400억원은 이미 투자됐다. CRC는 중소 부실기업에 직접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지원한다. 올 6월까지 CRC가 투자한 86개 업체 중 85%(73개)가 중소기업이고 총투자금액 2,410억원의 절반이 넘는 1,293억원이 중소기업의 몫이었다. 또 기업의 신주나 주식 관련 사채에 전체 투자금의 74%인 1,782억원을 투자해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했다. 업계에서는 CRC가 위축되면 부실 중소기업 구조조정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유인책을 주문한다. 손진용 CRC협회 국장은 "부실기업에 투자하는 CRC에도 돈이 모일 수 있도록 모태펀드를 조성해 손실완충역할을 맡도록 해주고 출자자의 양도차익 감면, 증권거래세 비과세 등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며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된 기업의 대주주 경영권을 과보호하는 제도도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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