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계가 울상이다. 올들어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 인터넷쇼핑몰 등 대부분의 유통채널이 소비심리 회복에 따른 성장세로 휘파람을 불고 있는 반면 홈쇼핑 업체들만 보험, 가전 등 주력 상품 판매 부진과 중국 등 해외사업 고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가도 1월 고점 대비 30% 가량 하락하는 등 홈쇼핑가의 실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성장 동력인 T커머스와 뭉칫돈을 들이고 있는 e마켓도 ‘회색빛’ 전망이 강해 당분간 홈쇼핑업계의 활짝 웃는 모습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홈쇼핑만 ‘왕따’=올들어 유통가엔 화색이 돈다. 1월에 이어 비수기인 2월에도 장사가 잘되고 있기 때문. 백화점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1월 12.6%, 2월 2.8% 성장했으며, 할인점은 23.5%, 5.8% 신장했다.
편의점과 인터넷쇼핑몰도 1월 13.9%, 15.5% 뛰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했다”며 “월드컵 특수 등의 영향으로 할인점 등 저가유통채널 주도의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홈쇼핑쪽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신규 고객 창출이 한계에 이른데다 예전만큼 물건도 잘 안 팔려 성장세가 주춤해졌기 때문. 여기에 해외사업, T커머스, 오픈마켓 등 신성장 사업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은 반면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점도 홈쇼핑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주력 상품 판매 부진=홈쇼핑업계의 고민은 주력 상품 판매 부진에서 시작된다. 지난 2003년말부터 판매하고 있는 보험이 대표적.
주 2~5회 정도 편성할 정도로 홈쇼핑의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은 보험은 최근 ‘홈쇼핑 보험 과장광고 많다’라는 부정적 언론보도 영향 등으로 판매가 급감한 상태. 업계 관계자는 “보험 판매 정체가 지속될 경우 다른 활로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갈수록 히트 상품의 판매가 예전만 못하고, 대박상품 만들기도 ‘하늘의 별따기’ 다. 예컨대 족탕기, 스팀청소기 등 과거 잘 팔렸던 상품의 인기는 최근 들어 시들해졌고, 가전, 컴퓨터, 디카 등 주력 상품들도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판매가 주춤해졌다. 특히 오색황토, 황토솔림욕 등 밀리언셀러 상품은 가뭄에 콩 나듯 한두 번씩 눈에 띌 뿐이다.
◇신성장 동력도 고전=홈쇼핑업계는 갈수록 방송 판매를 통한 성장에 어려움을 겪자 새로운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진출, T커머스, 오픈마켓 등이 대표적. 하지만 만족할 수준의 결과물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사업의 경우 GS, CJ, 현대 등 빅3가 모두 중국에 진출, 홈쇼핑방송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적자상태. 디지털 데이터 방송을 이용해 TV시청중에 리모콘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T커머스 사업 역시 지난연말부터 3사가 모두 장밋빛 꿈을 안고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성적표는 영 시원찮다.
가입 가구 수가 턱없이 적은데다 구매고객마저 뜸해 실적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 업계에서는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2~3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e마켓도 초기비용이 수백억원에 이르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기대수익을 올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