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학자금 대출 제한을 받는 대학들이 올해 수시모집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경쟁률이 지난해 보다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험생 증가와 복수지원 요소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지만 대출 제한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려던 정부의 처방이 일단 약발이 먹히지 않은 셈이다.
29일 각 대학에 따르면 내년부터 학자금 대출 제한을 받는 15곳의 4년제 대학 가운데 이날까지 수시1차 모집을 끝낸 6곳의 대학의 지원 경쟁률이 전년 대비 상승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부대는 496명 모집에 2,243명이 지원해 4.5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시1차 모집 경쟁률은 4.37대1이었다. 초당대도 480명(정원내) 모집에 1,958명이 지원, 4.08대의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3.74대1보다 경쟁률이 상승했다.
루터대도 72명 모집에 225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3.13대1로 집계됐다. 역시 지난해 경쟁률 2.18대1을 웃돌았다. 대구외국어대와 대신대도 각각 3.38대1과 1.12대1의 경쟁률을 보여 지난해보다 소폭 올랐다.
지난해보다 정원을 100명 가량 늘린 영동대만 전년도와 비슷한 경쟁률을 나타냈을 뿐 지원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빗나가자 교육과학기술부는 물론 해당 대학 관계자들조차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영동대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학자금 대출을 제한 받을 뿐인데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바람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학생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지난해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가 3만5,000명 가량 늘어나는 등 수험생이 증가했고, 복수지원이 가능한 수시모집의 특성도 경쟁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이사는“대학 진학이 목표인 학생 입장에서는 학자금 대출 제한이 큰 고려사항이 아닐 수 있다”면서“경쟁률보다는 등록률이 중요한 만큼 입시가 끝나봐야 학자금 대출 제한의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심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했던 교과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당혹해 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출 제한을 받는 대학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지원했다면 그것은 학생들의 선택의 문제”라면서 “경쟁률과 무관하게 해당 대학들이 스스로 교육지표 관리에 나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초 정책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당 대학들은 수시모집 지원자가 크게 줄지 않은 것에 대해 일단 안도하면서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교육여건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학생 모집에 애로를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경로 초당대 입학지원실장은 “교과부가 학교 규모와 성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기준으로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을 선정하면서 피해를 보는 대학이 있지만 불평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면서 “정원 조정과 교육여건 개선, 교원 확충 등을 통해 교육을 질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