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그리다

한국현대미술 거장 장욱진 화백 20주기 내달 갤러리현대 회고전<br>소박한 삶 소재로 일상 초월한 풍광 담아<br>시대별 화풍 총망라 유화 등 70여점 전시

'물고기'

'자화상'

'풍경'

12월 27일은 아이의 눈으로 신선처럼 그림을 그리다 간 장욱진(1917~1990) 화백의 20주기다. 전후 한국 현대미술을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가 장욱진. 그는 민족적 기상과 가족애를 그린 이중섭, 향토적 정서를 표현한 박수근, 한국적 추상미를 완성시킨 김환기와 더불어 소박한 삶을 소재로 하되 일상을 초월한 풍광으로 동양적 철학사상을 담아내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충남 연기에서 태어난 장욱진은 1948년에 김환기ㆍ유영국 등과 신사실파를 구성했고 한국현대미술 1세대로서 우리 전통을 현대적 미감으로 발전시켰다. 54년부터 60년까지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재직했으나 "그림만 그리고 싶다"며 학교를 박차고 나온 '기인'이기도 했다. 50~60년대 한국미술이 '추상' 일변도였던 것과 달리 이처럼 장욱진은 형식주의나 정치적 이슈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작가는 일부러 무겁지 않은 주제와 오히려 서툰 듯 소박한 구성을 통해 동시대 사람들과 공유하는 주제, 세상과의 소통을 추구했다. 현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종영ㆍ김환기ㆍ장욱진의 3인전 '연리지, 꽃이 피다'에서 그의 단면을 만날 수 있다. 거꾸로 선 사람을 그린 인물화는 생전에 종종 물구나무를 해 세상을 뒤집어보곤 했다는 작가의 자화상과도 같다. 아이처럼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달리 보고자 했던 장 화백의 예술혼이 배어난다. 애주가였던 그는 '금주(禁酒)'라는 글 대신 뚜껑을 꽉 잠근 술병 그림을 그려서 벽에 붙여둬 주변 사람들을 웃게 했고 말년에는 관에 들어가 누운 듯한 자신을 그려 아내의 속을 긁기도 했다. 대작보다는 10호 안팎의 아기자기한 작품을 주로 남긴 장욱진은 시장에서도 꾸준히 인기 있다. 2006년 6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57년작 '달밤'(38×45㎝)이 3억5,000만원을 기록했고 2008년 6월 경매에서는 64년작 유화 '물고기'(45.6×53㎝)가 2억5,000만원에 팔렸다. 미술시장의 침체속에서도 지난 3월 경매에서는 87년작 유화 '풍경'(30×30㎝)이 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장욱진은 유족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국내에 몇 안 되는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 Raisonneㆍ분석적 작품 총서)를 보유한 작가'가 됐다. 때문에 위작에 대한 우려에서 자유롭다. 2001년 정영목 서울대 교수가 '장욱진 카탈로그 레조네-유화'(학고재 펴냄)를 출간해 화업을 정리했다. 고인의 장녀 장경수 이사장이 이끄는 장욱진미술문화재단은 경기도 양주시와 협력해 장욱진미술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번 20주기를 맞아 국내 최대 화랑인 갤러리현대도 대규모 회고전을 기획했다. 내년 1월 14일부터 2월 27일까지 열리는 장욱전 회고전에는 시대별 화풍을 총망라 한 60여 점의 유화와 먹그림 10여 점이 전시된다. 올해 초 서울대미술관이 열었던 '장욱진 전' 못지 않은 의미있는 전시로 평가된다. 갤러리현대가 지난 5월 개최한 박수근 45주기 전시가 도로까지 관람객이 늘어선 진풍경을 연출하며 4만여 관객을 모은 것에 비견할 전시로 미술계 안팎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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