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업계에 해양플랜트발 대규모 부실 후폭풍이 몰아치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가 지난 2005년 1·4분기 이후 10년 만에 동반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이 3조원대, 삼성중공업이 1조5,000억원대 적자를 냈고 지난해 3조원대 손실을 반영한 현대중공업마저 1,700억원대 적자를 발표하며 한국 조선업 역사상 최악의 날을 맞았다. 대규모 부실은 이미 시장에 알려졌지만 실제 손실규모가 공식 발표된 것을 계기로 조선사별로 고강도 구조조정과 조선산업 전체의 체질개선을 위한 활발한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은 29일 올해 2·4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1% 급감한 1조6,564억원,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적자로 돌아서며 각각 3조318억원, 2조4,81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극지용 반잠수식 해양시추선인 송가 리그 프로젝트 등 처음 도전한 해양플랜트에서 경험 부족으로 건조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손실이 커졌다. 송가 프로젝트의 경우 2011년 4척을 척당 약 6,000억원에 수주했지만 송가의 기본설계 오류 등으로 작업 기간이 10개월에서 1년가량 지연돼 1조원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설계가 바뀌면 다시 설계를 할 때까지 작업이 중단되고 변경된 부분에 대한 재작업까지 필요해 조선소에 부담이 더해진다. 대우조선의 한 관계자는 "2010년 이후 해양 프로젝트가 대형·고사양·고난도화하는 가운데 발주사와 건조사 모두 혼란을 겪었고 조선사의 건조비용 상승과 손익 악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은 송가 프로젝트 발주사인 노르웨이 원유 시추업체 '송가 오프쇼어'를 상대로 손실 일부를 보전해달라며 이달 중순 영국 런던해사중재인협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송가 측은 대금을 추가로 지급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만큼 양측의 날 선 공방이 예상된다.
대우조선은 이번 분기에 해양플랜트 부실을 모두 반영했고 지난해 대거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가 본격화하므로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조직 통폐합과 인력재배치 등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비주력 자회사를 매각해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해양플랜트 부실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며 사상 최대 규모인 1조5,4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미 7,500억원의 손실을 반영한 나이지리아 에지나와 호주 익시스 등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올해 공사 지연으로 추가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2·4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7% 감소한 1조4,395억원, 순손실은 1조1,550억원이다. 2013년 30억달러에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의 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FPSO) 사업과 2012년 27억달러에 수주한 호주 익시스 해양가스처리설비(CPF) 사업 등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공사가 늦춰지며 적자가 커졌다. 삼성중공업은 "수많은 인력이 협소한 공간에서 섞여 작업하면서 생산성이 떨어져 부실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에 부실을 대거 반영한 만큼 3·4분기 소폭의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또 올해 전체 실적 전망치로 매출액 10조7,000억원, 순손실 1조3,700억원을 제시했다.
삼성중공업은 재무구조가 악화한 만큼 책임경영 차원에서 임원 수를 줄이고 조직 통폐합과 비효율 자산 매각 등 개선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3조2,000억원대 손실을 반영한 현대중공업도 이번 분기 1,71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여전히 부실의 늪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2·4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5% 줄어든 11조9,461억원,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1,710억원, 2,424억원을 기록했다. 반잠수식시추선 등 특수선박과 해외 해양 부문 공사 공정 지연 등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선박 2,000척 달성기념 특별격려금과 퇴직위로금 등 967억원의 일회성 비용도 반영됐다. 조선 외 부문은 선전했다. 엔진기계·전기전자시스템·그린에너지 등 비조선 부문은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됐고 정유 부문도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 마진 호조로 흑자폭이 확대됐다.
이날 실적 공개를 계기로 조선사와 산업계 전체의 구조조정 논의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별로 부실자산 매각과 인력·조직 개편 등이 잇따를 것"이라며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나 조선사 간 시너지 추진 등 업계와 정부·금융권 등 함께 조선업 생존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