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조업에 이어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인 정보기술(IT)산업마저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IT 강국 코리아의 명성은 한 꺼풀 뜯어보니 속 빈 강정이었던 것이다.
하드웨어는 중국산, 소프트웨어는 인도산이 국내시장을 잠식해나가면서 국내 IT산업은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놓여 있다.
대기업들은 가전에 이어 휴대폰ㆍPCㆍ반도체ㆍ액정표시장치(LCD) 등 내로라하는 상품의 생산기지를 중국 등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는 지난 10월 KT에 10기가급 동기식 디지털계측 장비를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에 대한 본격적인 포문을 열 태세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소프트웨어 부문마저 해외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인도 업체에 개발용역을 의뢰하는 곳이 알게 모르게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국내의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들도 이미 상당수의 인도 인력을 직접 뽑아 운영하고 있다. 위프로테크놀로지스(WIPRO) 등 인도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용역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을 공략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도는 기술력이 국내보다 높은데다 인건비도 3분의1 정도로 매우 싸다”며 “연구개발(R&D)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인도 인력을 쓰는 게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기업경쟁의 핵심조직인 R&D센터도 해외 비중이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인도ㆍ중국 등 해외 9곳, 삼성전자는 인도ㆍ중국 등 8곳에 독립 R&D센터를 두고 있다. 국내외의 R&D 비중이 현재 6대4 정도지만 점차 해외 비중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내년도 국내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IT산업이 이를 주도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IT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면 IT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그 과실은 몽땅 외국기업에 돌아가게 된다. 차세대 IT서비스에 대한 주도권 확보와 실업, R&D 공동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정보과학부 오현환 hh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