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공직자와 부(富)

최근 두달여 동안 국회 법사위에서는 대법관 5명, 법무장관, 헌법재판관 3명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집중적으로 열렸다. 법조계의 국민적 신뢰 회복이 절실한 만큼 ‘새로운 관행’이 정립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퇴임 후 변호사 개업 여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대부분의 공직 후보자들은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이제는 정치인을 비롯한 공직자와 관료들이 과거처럼 명예와 부를 동시에 얻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인지하지 못해 평생 동안 쌓은 명예마저 잃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매년 그렇듯 올해도 어김없이 법조 비리가 발생했다. 법조계에서는 ‘전관예우’에 대해 부정하고 있지만, 이 같은 말을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온갖 불법을 저지른 재벌 총수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버젓이 풀려나는 모습을 보며 대다수 국민들은 오히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절감한다. 국민들의 이 같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법조계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우선 인식 전환의 측면에서 법원이나 검찰의 고위직 간부 스스로 ‘개인’이기에 앞서 ‘국가적 자산’이라는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판ㆍ검사들이 박봉과 격무로 시달린다지만, 그렇기에 사회적 존경과 예우를 받는다. 박봉과 격무가 두렵고, 퇴직 후 연금만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는 예비 법조인이라면 법조계에 발을 딛지 말아야 한다. 제도 개선 측면에서는 독일처럼 변호사 보수를 엄격하게 제한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형사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 보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자연스럽게 ‘전관예우’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이 사라질 것이다. 인도에서는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정치ㆍ경제적으로 그들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법조계 간부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보다 후학 양성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까. ‘최선의 추구보다 최악의 제거를 선택하게 된다’는 사회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법조계 간부들이 ‘차선의 선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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