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서 자원민족주의 열풍이 불면서 동원이 볼리비아에서 유전 및 금광사업을 몰수당할 위기에 처하는 등 국내 진출기업의 피해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SKㆍ석유공사 등 국내 기업들은 남미의 유전 등 자원개발사업에 지금까지 13억달러가량을 투자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해외자원개발투자의 21%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자주개발 생산량이 페루 460만배럴, 베네수엘라 20만배럴, 아르헨티나 10만배럴에 달해 자원국유화 조치가 확산되면 기업의 투자손실이 불가피하다.
국유화 위기에 처한 동원의 볼리비아 금광은 말 그대로 노다지다. 지난 2002년부터 볼리비아 산라몬에서 금광 개발에 나선 동원은 지난해만 이 금광에서 매출액 100억원, 영업이익 40억원가량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며 수익을 올려야 할 시점에서 동원은 뜻하지 않은 재앙을 만난 셈이다.
동원은 또 270만배럴의 원유매장량을 보유한 팔마 광구에 돈만 투입하고 기름 한 방울 생산하지 못한 채 철수해야 할 상황이다. 동원의 한 관계자는 “볼리비아의 국유화 선언으로 광구 매각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자원개발의 양 축인 SK와 석유공사의 위기감도 동원에 못지않다. 페루의 카미시아 가스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SK는 93년 100% 지분을 가지고 투자했다 1억달러 가까이를 날린 미얀마 유전개발사업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SK는 카미시아 가스전 개발 및 이와 연계된 LNG 공장, 가스관 건설 등에 참여하기로 하고 이미 3억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등 해외유전 투자지역 중 페루에 가장 많은 공을 들여왔다.
베네수엘라의 석유ㆍ가스 국유화 선언으로 현지 사업지분이 줄어드는 피해를 봤던 석유공사 역시 페루 육상 8광구에 대우인터내셔널 등 다른 기업들과 7억7,500만달러를 투자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나 석유공사 모두 사업 초기로 돈만 투자했을 뿐 아직까지 회수한 금액은 거의 없다”며 “잘못하면 수십억달러를 공중에 날릴 처지”라고 말했다.
SK와 석유공사는 오는 28일 페루 대통령 결선 투표에서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자원국유화를 시사한 좌파 후보에 대적해 상대적으로 온건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남미 지역은 우리나라의 주요 자원 공급선이기도 해 정부의 긴장감 또한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일단 남미의 자원민족주의는 이란 핵 위기 등과 함께 고유가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정부는 남미의 자원민족주의가 계속 확산될 경우 우리나라의 해외 원유확보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남미 진출사업의 절반만 상실해도 우리나라의 해외 원유확보 매장량이 14% 정도 줄어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