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ISTI의 과학향기] '6백만불의 사나이' 만들 수 있나

'신경계의 비밀' 못밝혀 요원<br> 인공기기 제작비도 만만찮아


1980년대 방영된 TV 시리즈물 중에 '6백만 불의 사나이(The Six Million Dollar Man)'란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6백만 불의 사나이를 과연 현대의 첨단 과학기술로 탄생시킬 수가 있을까?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만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실험 생물학 2006' 행사의 하나로, 6백만 불의 사나이(The Six Million Dollar Man)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서 과학자들은 전자장치로 움직이는 다리와 팔, 눈, 귀 등을 소개했다. 스탠퍼드대 안과학과의 대니얼 팰랜커 박사팀은 지갑 크기의 휴대용 컴퓨터 프로세서, 인공 눈 안에 끼워 넣은 배터리, 망막에 심어진 3㎜(쌀알 반쪽) 크기의 빛 감지 칩, 특수 안경에 부착된 작은 비디오 카메라 등으로 구성된 생체공학적인 눈을 소개했다.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볼 수 있도록 한 이 인공 의안(義眼)은 그간 생쥐와 토끼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고, 향후 2년 내에 제1세대 인공 눈 임상시험이 실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만약 이 눈이 실용화 되면 눈먼 사람도 큰 글씨를 읽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인 0.25의 시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벨기에 루뱅대 연구팀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인공지능연구실의 연구도 주목을 받고 있다. 루뱅대의 '바이오닉 아이'는 옷깃에 꽂아놓은 신호감지기에 전달된 정보들을 전기신호로 바꿔 눈의 시신경 뒤쪽에 이식한 무전기로 보내는 방식으로, 무전기가 4개의 전극을 이용해 시신경에 전기자극을 주면 시각장애인이 사물의 모습을 식별하도록 되어 있다. 청각분야 역시 90년대 말부터 청각장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시술되기 시작한 인공달팽이관 이식 연구가 이제야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 자를란트대 베르너 나하티갈 교수와 보청기 업체인 포낙의 연구센터 책임자인 슈테판 라우너 박사는 '디지털 바이오닉스'라는 생체공학적인 귀를 개발했다. 소리를 증폭시키는 종전의 청각 보조 장치와는 달리, 귀 속에 두 부분으로 구성된 인공 '달팽이관'을 심는 방식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호마윤 카제루니 박사는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거리를 이동해도 힘이 들지 않는 '부착식 로봇다리'를 개발했다. 40여 종의 센서와 유압장치로 구성된 블릭스(Bleex)란 이름의 이 장치는 배낭 형태로 설계돼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블릭스가 사람의 신경계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된다는 점이다. 즉 센서가 배낭에 있는 중앙 컴퓨터에 정보를 전달하고, 컴퓨터는 짐을 진 사람이 무게를 거의 또는 전혀 느끼지 못하도록 적절하게 분산시키는 일을 한다. 때문에 블릭스를 착용한 사람은 10파운드(약 4.5kg)를 나르는 체력만을 가지고도 200파운드(약 90.7kg)의 짐을 나를 수 있는 '슈퍼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6백만불의 사나이가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현실에서 6백만불의 사나이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무엇보다 6백만불의 사나이는 기계인 팔다리가 생체에 붙어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의 두뇌의 생각대로 인공 팔다리가 자유자재로 움직여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경계까지도 완전하게 연구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 이 분야 연구는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사 신경계의 비밀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이들 인공 기기들을 인체와 결합하는 게 쉽지 않다. 만만치 않은 비용 역시 걸림돌이다. 지금으로서는 팔 하나 만드는데도 6백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의 6백만 불의 사나이가 현실에서 탄생하기 위해서는 30년을 더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 때는 '6천만불의 사나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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