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수출입 실적은 현대차 파업 등 노사분규의 파장이 예상보다 크다는 것을 입증했다.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4개월째 이어졌다고는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위기감이 짙게 배어난다. 흑자폭이 6월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고, 특히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수출이 현대차 파업으로 전년동기보다 20%나 줄어들었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경고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은 물론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설비투자 부진 영향으로 자본재 수입 마저 한자릿수 증가에 그쳐 수출 잠재력까지 급전직하할 것이라는 불안감마저 높아지고 있다.
◇파업이 수출 발목 잡아=7월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16% 늘어 일단 경제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내수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기업들이 수출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가가 수출을 견인했고 반도체도 D램 가격상승으로 6개월 만에 두자릿수의 증가율(13.5%)을 나타냈다.
그러나 자동차 수출은 파업으로 발목이 잡혀 우려를 자아냈다. 7월중 자동차 수출은 4~6월 평균치(약 16억달러)보다 무려 7억달러나 적은 8억9,000만달러에 그쳤다. 파업에 따른 가동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전선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7월 대미(對美)수출은 6.8%나 감소했다. 이승훈 산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8월 이후 수출의 가장 큰 변수는 현대차 파업 등 노사분규의 해결 여부”라며 “노사불안이 계속되면 수출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재 수입부진으로 성장 위축 우려 = 수입은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지만 자본재 수입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7월중 자본재 수입 증가율은 4.5%로 올들어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반도체제조용 장비가 전년동기보다 22.5%나 감소했고 자동차부품도 6.4% 줄어들었다. 이처럼 자본재 수입이 계속 위축될 경우 생산 및 수출, 나아가 성장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소비재 수입증가율(1.4%)도 뚝 떨어져 극심한 경기침체를 반영했다. 담배 등 연초류가 42.3%나 줄어든 것을 비롯해 승용차는 29.1%, 화장품은 11.4% 감소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기계류를 비롯한 자본재 수입이 부진을 면치 못해 앞으로 수출 및 성장 잠재력 확보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수출ㆍ입 중국 비중 급상승 = 수출은 물론 수입에서도 중국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그만큼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7월중 대중 수출은 휴대폰, 컴퓨터 등 정보기술(IT)제품과 중간재(전자부품, 석유화학, 철강)수출 호조로 45.0%나 늘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