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방독면 쓰고 살아야 하나

서울 대기오염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1개 회원국 중 최악임이 환경부조사 결과 드러났다. 환경정책이 경제논리와 개발우선정책에 밀려 있는 상황에서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각종 호흡기질환의 원인인 미세먼지 오염도가 2001년 기준으로 회원국 중 최악이다. 모스코바에 비해 자그마치 7배나 높다. 폐렴 등을 유발하는 이산화질소도의 농도도 선진국의 1.7배 수준이나 된다. 그 동안 대기오염이 나쁜 도시로 멕시코, 방콕, 로마 등이 거론됐다. 방콕이나 멕시코시가 교통경찰관에게 때때로 깨끗한 산소를 흡입토록 하거나 방독면을 제공키로 했다는 외신기사가 들어오면 “얼마나 공기가 나쁘기에 그럴까” 하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서울의 대기가 이들 도시보다 더 나빠졌다고 하니 서울시민이 산소를 마시고 방독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는 갈수록 늘어나는 데,그것도 경유차가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는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환경부가 금년 초 대기오염 배출 총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수도권 대기질 개선 특별법 시안을 마련, 2005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는 수도권 대기질 개선 특별법의 내용과 시행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고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서울의 대기가 이처럼 나빠진 것은 경유차의 급격한 증가에 황사현상이 곁들여진 결과다. 여기에 미세먼지에 대한 무감각함이 이를 부추겼다. 각종 공사장이나 공사차량이 일으키는 먼지도 심각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2005년부터 경유승용차 국내 시판을 허용키로 결정했다. 대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경유가격 인상이나 매연여과장치 부착 등의 대책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한마디로 경제논리가 환경정책에 우선한 결과다. 경유승용차 허용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하지만 대기오염방지책이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다. 유럽의 경유 우리나라 보다 비가 자주 오는 편이라 미세먼지가 발생해도 쉽게 씻겨 나간다. 여기에 엔진성능도 계속 향상되고 있다. 유로-4 기준이 아무리 엄격하다고 해도 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현재 경유차량은 전체 자동차의 32%를 넘어섰다. 2005년부터 경유승용차 시판이 허용되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이를 방치할 경우 정말 산소를 마시고 방독면을 착용해야 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대기질 개선 특별법 제정과 친환경적인 경유차엔진을 개발하는 등 특별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부터 서둘러도 국민들에게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살게 한다는 보장이 없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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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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