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4월 20일] 부품소재를 다시 보니

중소 부품업체들이 많이 몰려 있는 인천 남동공단이나 시화공단은 요즘 새봄을 맞아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치고 있다. 특히 자동차부품이나 전자부품을 만드는 공장은 밀려드는 주문을 제때 소화하느라 풀가동하고 있으며 벌써 일년치 일감을 확보해놓고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는 곳도 적지 않을 정도다. 남동공단의 한 업체 사장은 "거래처에서 납기를 서둘러달라고 요구해 항공기에 차부품을 실어 나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면서 "숙련공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저마다 인력을 확보하느라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봄기운 완연한 주요 공단들 주요 공단마다 생기가 돌고 있는 것처럼 국산 부품소재 업계가 새봄을 맞아 완연한 경기 회복기운을 맛보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딛고 더욱 강해진 부품소재 기업들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삼아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는 희망적인 얘기도 나오고 있다. 때맞춰 국산 부품소재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낭보도 들려오고 있다. 지난 1ㆍ4분기중 부품소재 수출액은 모두 517억달러에 이르며 부품소재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1994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절반수준을 넘어섰다. 이 같은 값진 성과는 물론 환율효과나 도요타 리콜 사태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 끝에 일궈낸 소중한 성과인 듯싶어 그저 뿌듯할 뿐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연초부터 3개월에 걸쳐 '경쟁력의 원천, 부품소재를 다시 본다'라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 것도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뿌리부터 되짚어보고 이 같은 호기를 지속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기사가 나가면서 현장에서 뛰는 많은 분들에게 격려와 충고를 받았다. 국산 부품소재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준 좋은 기사라는 얘기부터 대기업의 자발적 상생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귀담아 들을만한 것이었다. 우리보다 앞섰다는 일본 부품산업을 취재하기 위해 현지를 다녀온 기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본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속도감이나 활력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한국산 부품이 아직 기술력이나 정교함 등에서 일본에 뒤지기는 하지만 '스피드'라는 최대 강점을 살린다면 일본을 따라잡을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얘기도 많았다. 이번 시리즈에 소개된 국내 기업들도 하나같이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수십년간 한 우물만 묵묵히 파고든 끝에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위치에 올라 진한 감동을 줄 때가 많았다. 금형업체인 나라엠앤디의 경우 일찍부터 탄탄한 기술력을 갖춰 동종업계에서 수십명의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할 정도로 명성을 쌓고 있다. 이 회사는 경쟁업체에도 기꺼이 국산화 기술을 전수해 대일무역역조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는 등 연관산업의 동반 발전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상보의 김포공장에서는 1980년대부터 만들어오던 비디오테이프ㆍ오디오테이프용 필름 부품을 지금도 생산하고 있다. 이때부터 쌓아온 기술력을 밑바탕으로 삼아 이제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받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필름에까지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끈기와 저력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정부의 지속적 지원·투자 필요 현장을 지키는 많은 기업인들은 부품소재 산업이 '인내의 사업'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정부의 정책도 1회적이고 단발적인 지원이 아니라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처럼 국산 부품소재 산업이 많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봐야 한다는 점도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일본의 기업인들이 전하는 것처럼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회사를 운영하고 기술개발에서 행복을 느끼고 오랜 세월 몰두하는 장인정신을 살려야 한다는 점은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학동 우리LED 대표는 우리에게 아직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한 비결을 이렇게 전했다. "부품산업에서 기계보다 더 정교한 것은 사람의 손길이다. 직원 하나하나의 노력과 정성이 담긴 아날로그적인 장인의 감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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