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인 팔고…펀드 유입은 주춤…

기관 몸사리고 개인 매수강도마저 눈에 띄게 약화<br>글로벌 경기위축에 작은 악재에도 시장 전체 휘청<br>"투자자 신뢰 회복…4분기이후에나 상승전환 기대"


“시장에 돈이 마르고 있다.” 수급악화의 주요인인 외국인 매도세는 지난해 6월부터 1년 넘게 진행형이다. 최근 다소 약화됐지만 언제 매도포지션을 정리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인 매도를 받아줄 기관은 극도로 몸을 사리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받치던 펀드자금의 순유입 강도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수가 하락할 마다 벌떼처럼 달려들던 개인들 역시 매수강도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증시의 체력이 확연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세계 경제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이뤄져야만 수급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는 작은 악재에도 증시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바닥이라는 인식에도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기를 꺼리고 이것이 다시 바닥을 낮추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된다. 이 고리를 끊어야만 지난해 10월 코스피지수가 전고점을 찍은 후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조정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글로벌 경기위축으로 투자심리 극도로 악화=지난 4일 조선주의 ‘수주 쇼크’와 5일 철강업종의 동반 하락은 국내 증시의 체력이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이들은 지난해 국내 증시 대세상승을 이끌며 적어도 앞으로 3~4년은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업종들이다. 그러나 몇몇 특정 회사의 수주 취소 소식만으로도 시가총액 20조원이 넘는 거대 기업의 주가가 하루 만에 10% 넘게 떨어질 정도로 시장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약해진 것이다. 근본적인 경기침체 지속이 국내 증시를 얼어붙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ㆍ4분기 주요 기업 실적에서 드러났듯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기 위축이 기업 실적 악화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외국인들의 장기적 매도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섣불리 상승에 베팅하지 못하는 것이다. 두달 가까이 지속된 외국인의 강한 순매도세는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포지션 전환이 언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쉽사리 답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 내 유동성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구체적인 실체가 있다기보다 국내외 경기의 어려움이 심화되면서 심리적인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의 투자심리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작은 악재에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정책 전환이 증명하듯 국내 경제의 불안한 상황은 당분간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증시 자체의 저평가 메리트는 충분하지만 수급 부실, 주도주 부재 등 내부 모멘텀 부재에 따른 제한적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 바닥에 도달했지만 당분간 박스권 국면=앞으로의 장세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 조정의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했던 미국 주택경기 악화가 서서히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데다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유가 및 상품가격이 급속히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들어 증시를 떠나갔던 자금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중이 1.88배까지 내려오며 1988~2002년 평균수준에 도달했다”면서 “미국 주택가격 안정화는 곧바로 신용위기 완화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현 상황을 국내 증시로서도 단기 바닥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인상 역시 앞으로 한번 정도 더 단행될 여지는 있지만 주식시장을 끌어내릴 만한 악재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120달러 아래로 떨어진 지금에야 금리인상이 단행됐다는 것은 정책 당국이 예전만큼 경기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미국의 경우 금리인상이 증시에 오히려 호재로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극단의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증시의 체력이다. 꺾이기는 쉽지만 증시 주변 여건이 좋아져도 한 번 떨어진 체력이 회복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표의 회복 자체보다도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이 전제돼야만 증시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일러도 4ㆍ4분기 이후에나 모멘텀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유가하락에도 증시가 부진한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도 경기가 어디까지 후퇴할 것인지에 대해 쉽사리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며 “회복된 기업실적이 제시돼 투자자들의 신뢰가 쌓여야만 증시 방향성도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모기지 금리 하향안정 추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와 중국이 올림픽 이후에도 두자릿수의 경제성장률 상승세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신용경색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통과할 만한 여건이 서서히 조성되고 있는 만큼 4ㆍ4분기 이후에는 상승추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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