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탄핵 카드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강하게 공격하고 견제했다.“구호에 그치지 않을 것” “내외 여건이 탄핵을 발의해야 하는 시점에 국민 여론을 봐서 발의할 것”이라는 등의 경고가 잇따랐다. 조 대표는 탄핵 이유로 `노골적인 선거 개입, 측근과 대통령 본인 비리` 등을 제시하고 “이미 탄핵안 발의에 대한 법률 검토도 끝났다”고 엄포를 놓았다.
조 대표는 “노 대통령이 방송클럽 회견에서 밝힌 대로 경선에서 십수억원을 썼다면 정치 자금 모금 한도를 넘긴 것”이라고 지적하고 “끝까지 추적해 따지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정치 자금에 대해 진실을 고백하라”는 압박도 이어졌다. 조 대표는 “내게는 불법 자금이 오지도 않았고 선거 비용 한도를 어긴 적도 없다”면서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최근 당내 문제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에 대해선 시종 “장래가 촉망되는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후하게 평가해 시선을 모았다. 그는 “추 위원은 여성이라 해서 특혜를 받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서 “자존심과 개성이 강한, 정치적 감각도 뛰어난 특별한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웠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를 아태 지역의 허브 국가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아시아 태평양 평화공영 프로젝트`를 주창하는 등 정책적인 면도 부각시키려 했지만 토론이 노 대통령 회견과 당내 사태에 집중되면서 별로 빛을 보지 못했다.
조 대표는 “내가 비판만 한다는 지적도 있고 추미애 위원은 정체성까지 시비해서 오늘 웅대한 구상도 가져왔는데 하필 대통령이 오전에 회견을 하는 바람에 정치 평론가 노릇만 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 대표는 `평화공영프로젝트` 실현 방안으로 충청권 행정 수도, 서울 정치ㆍ입법 수도, 평양 사법 수도 등 신 3경(京) 정책 등 구체적인 정책 대안까지 마련해 왔지만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준비를 많이 한 조 대표 입장에서는 역정을 낼 만도 하다”며 아쉬워했다.
조 대표는 아침만해도 당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소장파의 제안을 정면 거부하는 등 격한 모습을 보였으나 토론회에선 “이게 뭡니까” 등의 유머까지 곁들이며 여유 있게 답변했다.
<범기영 기자 bum7102@h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