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자통법과 생보사 상장

요즘 금융가의 최대 관심사는 자본시장 통합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부다. 금융정책 당국이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IB)을 육성하겠다고 의욕적으로 내놓은 법안이 이른바 자통법이다. 이 법은 그동안 수많은 법률로 제약을 받아왔던 증권산업이 통합된 하나의 법안으로 최소한의 규제를 받고 자유롭게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는 취지로 추진돼왔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자통법 마지막 추진단계에서 복병을 만났다. 증권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문제가 그것. 은행들은 지급결제가 은행의 고유업무라는 점을 들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고 증권사들도 한치도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이 문제를 보면서 본말이 전도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금융권간 장벽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은행이 지급결제를 독점하겠다는 발상은 지나치게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은행은 이미 증권사들이 독점했던 ‘펀드 판매’를 전리품으로 얻어왔을 뿐 아니라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자유롭게 판매하는 ‘방카슈랑스’를 얻어냈다.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2금융권의 업무영역을 하나 둘 잠식하고 있는 은행들이 고유영역의 일부를 내놓는 것에 인색하다면 국내 금융산업의 균형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실 증권사에 비해 보험권은 더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 증권사는 지난 90년대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 증시 개방이라는 험로를 넘어 지금의 위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보험산업은 금융산업 내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소외’된 제3자에 불과하다. 보험산업은 다른 금융권이 ‘역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는 와중에도 최대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공익적 기능을 위해 자동차보험에서 누적기준 6조원, 지난해 기준으로 1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생명보험사는 사차익 감소와 저금리 고착화에 따른 경영여건 악화로 경영환경을 낙관하기 어려운 사정이기는 마찬가지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노령화가 진행되는 한국사회에서 국민연금 고갈문제는 이미 사회적인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보험업계의 역할은 어느 금융산업보다 커질 것이 분명하다. 보험업계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오는 27일 역사적인 날을 맞게 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날 지난 18년간 끌어온 생보사 상장을 위한 증권선물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안을 승인한다. 생보사 상장은 보험산업 발전의 출발점일 뿐이다. 보험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때 전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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