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부실 저축銀 경영공시해도 일부는 정체 파악 힘들 듯

보수적 회계처리 금감원 기준으론 부실 불구<br>자체 기준 적용땐 아무런 문제없는 정상 판정<br>고객만 정보 불충분으로 골탕… 불안감 커질수도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가지급금 신청일을 하루 앞둔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제일저축은행 본점 앞에서 번호표를 배부받고 있다. /배우한기자

금융 당국은 경영개선 대상 13곳 가운데 7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나머지 6개는 조건부 합격 판정을 내렸다. 명단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저축은행들이 결산 공시를 하면 자연스럽게 노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게 됐다. 조건부 합격 판정을 내린 6개 중 최소 두 곳은 이달 말 경영공시가 이뤄져도 정체를 알 수 없다. 금융감독원의 경영 진단에서는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하다 보니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 조건부 합격 판정을 받았는데 정작 저축은행 자체 회계 기준에서는 정상으로 나오는 탓이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불안함을 씻기는커녕 정보 불충분으로 골탕을 먹게 됐다. 고객들로서는 아무런 판단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노출되지 않은 준 부실 창고(조건부 합격 저축은행)'에 돈을 넣고 있게 된 셈이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6개 저축은행 중 일부가 금감원의 기준에서는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자본잠식이지만 일반 회계처리 기준으로 보면 자산이 부채보다 많다. 이에 따라 경영공시에서도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정상 저축은행으로 나오게 된다. 지금까지 이달 말이 되면 6개 저축은행이 모두 공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셈이다. 금감원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5% 미만이거나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저축은행 13개에서 경영개선계획을 받아 이 가운데 7곳은 영업정지했고 6곳은 경영개선 기회를 줬다. 실제로 부채가 더 많아 6개 저축은행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한 저축은행은 경영공시에는 자산이 부채보다 600억원가량 많은 것으로 나온다. 회계법인의 감사를 마친 숫자로 이는 대내외적으로 공식 인정을 받는다. 이 저축은행은 BIS 비율도 5%를 넘어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다른 저축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당국에서는 문제 저축은행으로 지적 받았다. 이런 일이 생긴 이유는 바로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을 청산 기준으로 평가했고 회계법인은 계속 기업이라는 가정 아래 자산을 분석했다. 당국은 저축은행이 망한다는 전제를 깔고 평가했기 때문에 매우 보수적으로 바라봤다. 보유 부동산의 가치를 두고 금감원과 저축은행 간 신경전이 치열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당국은 빌딩 가격을 공시가격으로만 인정해줬고 저축은행들은 감정평가법인의 평가를 받은 시가를 받아주기를 바랐다. 저축은행들은 "청산 기준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업체나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금감원이 무리해 정상 업체를 부실로 뒤바꿔 놓았다"고 했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경영진단은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며 "진단 및 실사기준을 바꿔야 할 게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국 관계자는 "금융사의 자산을 평가할 때는 계속 기업가치보다 청산 가치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보수적으로 하게 돼 있다"며 반대 해석을 내놓았다. 시장에서의 평가는 엇갈린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수신기능이 있는 금융사의 자산평가는 일반 기업체보다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며 "어느 게 옳고 그른지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부동산을 보수적으로 평가 받는 것이 충분히 억울할 수 있다"며 "당국은 부실이라고 하는데 공식적으로는 정상이니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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