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아포칼립토' 감독 멜 깁슨 인터뷰

"환경파괴가 곧 문명파괴 영화로 경고하고 싶었다"


16세기 초 중미 마야문명의 몰락기를 배경으로 한 액션 스릴러이자 문명비판 영화로 최근 미국에서 개봉, 특히 폭력성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아포칼립토(Apocalypto)'의 감독 멜 깁슨. 그와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깁슨은 일부로부터 오만하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다혈질이고 하고 싶은 말을 여과없이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배우. 지난 여름 파문을 몰고 온 자신의 반유대인 발언에 대해서도 조금도 입장의 변화를 안보였다. -당신은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맨발 도주의 액션과 스릴 그리고 재미가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는데. ▦ 영화인으로서 첫째 의무는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영웅주의를 신화적 스타일로 얘기했다. 영화란 어느 특정 층을 위해 만들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첫째가 재미, 둘째는 교육, 그리고 셋째는 관객을 보다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이 영화인이 3대 임무다. -영화에서 부유하고 강하고 사악한 자들이 자신들보다 정신적으로 나은 사람들을 파괴하는 것이 요즘 세상과 똑같은데 그로부터 600년이 지난 지금 인간은 과연 정신적으로 진화했을까. ▦ 인간 정신은 늘 세상이 우리에게 가하는 불의와 핍박에 고통받아왔다. 난 우리가 정신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영화는 마야문명이 내부 폭발로 멸망했다고 묘사했는데. ▦ 지나친 소비로 인한 자연환경 파괴가 그들 문명 파괴의 근원이었다. 그리고 권력의 부패도 거기에 일조를 했다. 이것은 로마나 희랍 때도 마찬가지다. 늘 그래왔다. 이 영화는 그 같은 것에 대한 설교조가 아닌 경고의 의미도 지녔다. -폭력이 너무 심한데. ▦ 그렇지 않다. 침입자가 아이들을 죽이는 장면은 멀리서 찍었고 또 인간 제물의 심장을 꺼낼 때도 손이 직접 가슴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볼 수 없다. 모두들 날 폭력적이라고 질타하기를 좋아한다. 난 단지 관객들을 속였을 뿐이다. 여러분들이 이 영화보다 훨씬 끔찍한 '텍사스 전기톱 대살육 Ⅳ'를 보면서 살인행위를 웃어넘길 수 있는 것은 여러분들이 그 영화의 주인공과 아무런 감정적 연계를 맺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객들이 내 영화의 주인공에 대해서는 그의 안전을 염려하기 때문에 영화가 더 폭력적으로 느껴질 뿐이다. -왜 더 이상 카메라 앞에 안 서는가. ▦ 나는 다른 사람을 통해 카메라 앞에 선다. 연기에 대해 전연 미련을 두지 않는다. 난 그동안 영화에 너무 많이 나왔다. 흥미 있는 소재가 발견되면 연기를 할지도 모르지만 현재로선 정말 지루한 일이다. -개인적 실수를 하고도 상을 받고 또 그 잘못이 우스갯거리로 취급 받는 영화인들도 있는데 당신은 여론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 그렇지는 않다. 당신이 스스로를 표적으로 만들 때 표적이 되는 것이다. 나는 내가 하고픈 일을 할 것이며 다른 많은 사람들에 의존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은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고칠 수는 없다. 내가 날 돌보는 수밖에 없다. -당신은 이 영화 때문에 얼마 전 라틴-아메리칸 상공인들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그 직후 LA타임스는 그것이 아주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글을 읽었나.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나는 아무 것도 읽지 않는다. 보나마나 말똥 같은 소리일 텐데 왜 읽어야 하는가. 왜 내 마음을 그것들로 오염시켜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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