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불안한 1,150원선 줄타기를 연일 거듭하고 있다. 가까스로 1,150선은 지켰지만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 압력이 환시장에 팽배해 있는 분위기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154원40전으로 마감했다. 장 초반 1,149원70전까지 빠지며 연중 최저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의 개입과 한국전력의 교환사채(EB) 상환 자금 수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환전 물량 등으로 반등했다. 이날은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 간의 정상회담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으나 위안화 절상과 관련한 '원론 수준의 발언'이 나오면서 절상에 대한 기대감은 한풀 꺾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위안화 절상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원화 가치 상승압력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1,150원선 두고 팽팽한 신경전=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심리적 지지선인 1,150원선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장 초반 1,150원이 깨졌지만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과 한전의 달러매수 물량이 유입되면서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았다. 한국전력은 해외 교환사채 상환 자금을 위해 총 12억달러, 국민연금은 영국 HSBC 빌딩 매입을 위해 약 15억달러 정도를 마련해야 한다. 한전은 이번주 내로 12억달러를 분할 매수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15억달러 전액을 현물 매수하지는 않고 일부는 스와프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최소한의 현물 매수를 통해 외환시장에 충격이 덜 가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보통 연저점을 깨면 일시적으로 급락(오버슈팅)하기 마련인데 당국 개입과 한국전력의 채권만기 자금 환전 수요 등으로 예상보다 환율 하락세가 가파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글로벌 약 달러,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에 대한 절상 압력, 경상수지 흑자 등 원화 강세 흐름을 바꿀 만한 가시적인 요인이 없다"며 "그러나 연말까지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높기 때문에 완만한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 압력은 부담=이날 미ㆍ중 정상회담 결과 위원화 절상과 관련한 선언적 수준의 발표가 나와 당장 원ㆍ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후 주석에게 중국은 보다 시장에 기반한 환율정책으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양국 간 무역 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위안화 환율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양국 간의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역외선물시장에서도 위안화 환율은 달러 대비 하락세를 탔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 압력은 '꺼지지 않는 불'로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 위안화 강세 흐름을 타면서 원ㆍ달러 환율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미국 측 주장의 근거가 "아시아 신흥국들의 대미 무역흑자가 글로벌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역 흑자국인 한국 역시 중국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그간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의 절상을 막아왔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면 더 이상 기댈 언덕이 없어지는 셈이다. 정 팀장은 "위안화는 일러야 내년에서 절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당장이 아닌 중장기적인 하락 재료"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