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저녁 중국 상하이 인민광장 인근 모리화극장은 뮤지컬 '??자오츄리엔(첫사랑찾기)'을 보러 온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국내 최초로 중국어 버전으로 제작돼 지난 6일부터 관객을 만난 것이다. 어린아이부터 60대까지 280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웃고 울며 작품의 매력에 푹 빠졌다. 차이리핑(30ㆍ강사) 씨는 "중국에서는 뮤지컬이 역사물 중심으로 제작돼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처음"이라며 "한국 원작이지만 (첫사랑이) 우리에게도 매력적인 소재라 즐거웠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상하이 서북부 따닝구어지광창(다닝국제광장)에 자리한 CGV 따닝점. 지난 2006년 중국 1호점으로 이 곳에 문을 연 CGV 극장은 현재 중국에만 17개로 늘었고 2017년까지 140개로 늘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닝점 VIP 회원인 쑨페이(26ㆍ회사원) 씨는 "처음에는 집에서 가까워 자주 이용했지만 이제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중국에선 보기 드문 친절 서비스 때문에 더욱 찾게 된다"고 했다.
중국에 '코리안 컬처(Korean Culture)'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드라마와 K팝을 중심으로 대중 장르에 치우쳤다면 최근 들어서는 영화, 공연 등 다양한 장르에서 중국 공략이 잇따르고 있는 것. CJ E&M의 현지 합작회사 아주연창문화발전유한공사가 2011년 선보인 중국판 '맘마미아'는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뮤지컬 '캣츠'도 1년 동안 180억원을 벌어 들였다. CJ E&M이 지난해 중국에서 거둔 매출액 중 50% 이상이 공연사업 부문이었다.
진입 장벽이 높은 영화와 방송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CJ E&M이 기획한 한중합작 영화 '이별계약'은 제작비의 6배가 넘는 1억 9,000만 위안(약 350억원)을 벌어 들이며 흥행가도를 밟고 있다. 방송에서는 프로그램 포맷 수출이 활발하다. 엠넷이 8억명의 시청자를 자랑하는 전국위성방송사 호북위성과 손잡고 '슈퍼스타K'의 중국판 '슈퍼스타 차이나(14부작)'를 공동제작, 오는 30일부터 전파를 탄다.
K컬처는 문화 콘텐츠뿐만 아니라 식품, 패션, 가전제품 등 다방면에 걸쳐 중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연관 산업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창조경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나 사회적 인식은 매우 열악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이라는 링 위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당당히 싸울 수 있도록 웰터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대 자본과 시스템을 갖춘 월트디즈니그룹처럼 슈퍼헤비급은 아니더라도 웰터급은 돼야 '규모의 경제'로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장우 창조경제연구원장(경북대 교수)은 "창조경제를 이루는 쌍두마차는 자동차ㆍ휴대폰 등융합산업과 한류 콘텐츠라는 강력한 창조산업"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큰 기업으로 키우는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적절히 역할을 분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