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효험 없는 '그린스펀 효과'

미국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6일 의회증언에서 미국경제가 회복세에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부시 대통령이 15일 미국경제의 기초가 아직 튼튼하다며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을 호소한지 하루 만에 나온 그린스펀 의장의 밝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8,500선이 무너지는 등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린스펀 효과'도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미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아직도 벗겨질 기미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대기업의 연이은 회계부정 등으로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 향후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때라 그린스펀 의장의 의회증언은 전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경기침체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최근에 돌출한 각종 악재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아 올 경제성장률이 예측했던 2.5~3% 보다 높은 3~3.75%에 이르고 실업률도 5.25~5.5% 선에서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증언대로 기업재고ㆍ소비자 물가지수ㆍ신규주택착공 실적ㆍ산업생산 등의 경제지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기업의 잇단 회계부정 스캔들 등의 영향이 이 같은 긍정적인 경제지표 영향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데 있다. 그린스펀 의장의 낙관적 전망이 증시에서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위축된 투자심리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9ㆍ11테러 후유증ㆍ기업의 회계부정,그리고 투자축소 등은 아직도 미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CEO들은 주주의 이익 보다는 자신의 탐욕을 위해 스톡옵션제도를 악용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경제에 대한 불신은 결국 증시와 달러화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달러는 끝내 유로화와 '등가 시대'를 허락해야 했다. 자본은 미국에서 줄이어 빠져나가 미국경제의 거품붕괴가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경제는 닷컴 불황,통신회사의 과잉설비에 의한 불황, 판매회사의 코스트다운 불황에 이은 기업의 회계부정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그나마 시들지 않은 소비심리가 유일한 버팀목이었으나 이마저 위축이 우려되고 있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이 부정회계 수사전담반을 설치하고 처벌수위를 높이겠다고 허겁지겁 대책을 발표한 것도 불신 확산으로 인한 미국경제 거품 붕괴론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경제가 불신의 벽을 넘어 그린스펀 의장의 전망대로 완전회복세를 타려면 신뢰를 되돌리는 것이 급선무다. 사실왜곡이나 사기적 행위는 새로운 설비투자를 꺼리게 할 뿐 아니라 시장경제와 사회의 토대를 무너뜨린다는 그린스펀 의장의 경고를 CEO 등 미국의 경제인들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미국우월주의와 탐욕의 꿈에서 깨어나 투명경영만이 각종 악재의 후유증을 떨치고 세계경제의 엔진으로 되살아 날 수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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