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창조적 변화·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이 오래가죠"

1953년 설립 피혁제조 업체 삼덕상공 김권기사장<br>군용품서 시작해 사업 다각화<br>경력 30년이상 기술자들 많아 여성 핸드백에 우리 문화 접목<br>새 브랜드로 세계시장도 노크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것 만으로 장수기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장수기업은 업계를 리드하는 무언가, 즉 사명감을 갖고 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권기(53ㆍ사진) 삼덕상공 사장은 "지금까지는 오직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삼덕의 얼굴이 되는 새로운 브랜드를 육성해 우리 문화로 세계시장을 노크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삼덕상공은 지난 53년 설립된 피혁제조 전문기업으로 서류가방 등 가죽제품과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군용품 등을 생산해 연간 1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72년 국방부 조달본부 군납 제1호로 납품자격을 얻은 이후 권총집과 가방, 침낭, 텐트, 야전배낭, 장갑 등 군납 품목은 50여 가지. 2세대 경영인인 김 사장은 2001년 정식 취임 이후 핸드백, 지갑 등 일반 소비자용 가죽제품을 제작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한편 자제 브랜드인 '킴불스'를 고급 명품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

올해로 창업 57년을 맞이한 삼덕상공의 실제 창업연도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사장은 "아버지가 대전역 앞에서 미싱 한 대로 군용 권총집을 만들기 시작한 1947년이 사실상의 창업 연도"라며 "중국업체의 대두로 가방은 국내에서 사양업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같은 것을 만들어도 새롭게 만드는 창의적 변화를 통해 오늘날까지 성장해 왔다"고 한다. 삼덕상공은 오랜 업력 만큼이나 탄탄한 경영 역량을 인정받아 올해 중소기업주간의 '명품 장수기업인상'시상에서 최고 영예인 지식경제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변화'를 뒷받침하는 것은 오랜 세월 다져 온 탄탄한 기술력과 노하우다. 장수기업답게 삼덕상공의 기술자는 30년 근속이 수두룩하다. 김 사장은 "경력 30년 이하는 보조 업무를 맡을 정도로 상당수 직원들이 오랜 경력을 지닌 전천후 기술자"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가 자신있게 내보인 '킴불스' 서류가방은 장인의 손길이 수없이 매만진 소 통가죽의 탄탄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꼼꼼한 품질 관리가 어우러진 국내 명품 브랜드로로 인정받고 있다. 삼덕상공은 또 과거 Q마크, GQ마크 획득에 이어 지난해에는 국방품질경영시스템 인증까지 얻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창의적인 변화의 추구가 곧 기업가 정신"이라는 김 사장은 그의 지론에 따라 올해 큰 도전에 나선다.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살린 여성 핸드백 브랜드 출시다.

관련기사



그는 "가방이라는 것이 본래 서양에서 도입된 물품이다 보니, 우리는 지금까지 외국 것을 카피만 해 왔다"며 "이제 가방에 우리의 문화를 접목시켜 '우리 것'으로 세계시장을 노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삼덕상공이 진정한 장수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그가 공을 들이고 있는 숙원사업이다.

브랜드가 완성되는 시기는 오는 11월. 아직 개발 중이라며 그가 보여 준 여성용 클러치 백은 한국 고유의 곡선과 디자인이 가죽 소재에 접목된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실 그가 여성용 핸드백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7년부터 2002년까지 삼덕상공은 '큐'라는 브랜드로 핸드백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결과는 씁쓸했다. 김 사장은 "당시 우리 제품도 그랬지만, 가방이 사양산업이 된 것은 여태 남의 것을 모방만 해 왔기 때문"이라며 "소비자에게 인기를 끄는 남의 것을 따라가는 대신 우리의 것을 찾는 것이 장수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새 브랜드로 수출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와인을 잘 만들어도 프랑스산과 겨루기는 어렵지만, 한국적으로 차별화한 제품은 시장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살 길은 문화, 즉 디자인력"이라며 "매출과는 상관없이 가방업종에서 누군가는 사명감을 갖고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이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는 새 브랜드로 밀라노의 전시회 등에 참가해 반응을 좋다면 해외 매장 설립까지 검토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수기업이 유달리 적은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50년, 100년간 이어질 장수기업들이 꽃을 피우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장수기업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의외로 돌아온 대답은 "정부 지원을 받아서 장수기업을 육성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라는 말이었다.

"스스로 경쟁해서 과제를 뚫고 나가는 것이 기업입니다. 장수하려면 창조적인 변화를 통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이 돼야 합니다." 이렇게 단언하는 그에게서는 삼덕상공이 작지만 강한 '장수기업'으로서 57년이 아닌 100년까지도 기약하리라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신경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