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대우해법은 투명성 전제돼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도 모른다라는게 정답이다. 시중에는 당초 발표했던 60조원을 훨씬 초과해 100조원 이상일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만약 소문대로라면 대우부채는 우리나라 한해 예산수준과 비견되며 한국은행이 올해 찍어낸 돈(대략 80조원)을 가볍게 뛰어넘는다.단순한 부채규모 자체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수개월간의 실사를 통해서도 그 규모의 실상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대우그룹이 부채는 가급적 적게 축소하고, 자산은 될수록 부풀려 장부를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등으로 얽히고 설킨 대우부실의 실상을 파악하기가 힘든 탓도 크다. 게다가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이 대우계열사들의 비협조로 내부기업 자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졸속실사를 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우그룹의 부실규모를 몇달만에 완전히 해부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실사초기만해도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가 금융권에서 빌려간 돈중 70%는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자신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우에서 회수할 수 있는 빚에 대해 목소리의 톤을 바꾸는 것같다. 양파껍질처럼 까면 깔수록 엄청난 부실이 또아리를 틀고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26일 이헌재(李憲宰) 금감위 위원장은 『대우계열사 손실률은 대강 예상한대로 30% 안팎』이라며 시중의 무성한 대우관련 소문을 진화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와 함께 『대우여신 손실률이 50%가 될 경우에도 은행 투신 증권등 금융기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금융시장은 손실률 30%보다 50%에 더 무게를 두는 것같다. 대우에 금융기관들이 빌려준 돈중 최대 50%를 회수하지 못해도 금융기관들이 힘들겠지만 자체적으로 견디어낼 것이라는 의미로 말했지만 금융시장은 대우그룹에 50% 정도는 돈을 떼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해석한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손실률이 50%가 아니라 60%를 웃돌 것이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퍼지고 있어 불안감은 해소되기는 커녕 더욱 확대되는 상황이다. 다음주 초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출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은 판도라의 상자속에서 나올 우울한 소식을 기다리며 바짝 움츠리고 있다. 주가는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던 800선 밑에서 횡보하고 있으며 하락세를 보이던 금리도 주춤거린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신에 외자조달도 쉽지 않다. 대우부실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정공법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씩 조금씩 충격을 흡수하는 스펀지요법을 또다시 구사할 것인가.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이제 이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 시점에서 금융당국이 명확히 인식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시장은 이미 임기응변식 대응에 식상해 있다는 사실이다. 단기적인 금융패닉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대우부실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감내하겠다는 정면돌파가 오히려 유효한 수단이 아닌가 싶다. 증권부 趙熙濟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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