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T ‘제3의 탄생’을 위하여] <하> 재도약 선결조건

"무한도전 DNA를 심어라"<br>덩치·자산비해 사업추진력 떨어져<br>"조직혁신·해외사업 진출 강화해야"

서울 광화문에 있는 KT광화문지사에 들어서면 엘리베이터 옆에 붙은 ‘비용절감은 또 하나의 신규사업’이란 표어가 맨먼저 눈에 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 건물을 쓰는 탓도 있겠지만 KT에게 가장 중요해 보이는 ‘도전’, ‘창의’를 강조하는 글귀는 찾아보기 힘들다. 비록 2002년 민영화로 공기업의 굴레를 벗었지만 KT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건 구매관행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 10월 KTㆍKTF CEO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될 즈음 통신업계에서는 다른 통신기업들도 무사치 못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칼날은 KT와 KTF에게만 겨눠졌다. ‘오너’가 있는 모 경쟁사의 납품단가는 KT에 비해 10% 가량 낮았기 때문이다. ◇‘도전ㆍ창의’ DNA 심어라=납품비리보다 더 심각한 공기업 시대의 병폐는 취약한 도전정신과 창의성이다. 손쉽게 독점사업을 영위하던 타성을 벗지 못한 탓이다. A통신사 임원은 “초고속인터넷업계에서 치열한 시장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KT가 가장 점잖은 편”이라고 밝혔다. 좋게 보면 무리수를 안 둔다는 얘기로 들리지만 KT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논란이 많은 IPTV, 와이브로 외에 KT가 내세울만한 제대로 된 신규 사업이 없는 것도 도전ㆍ창의정신이 부족한 체질과 무관치 않다. 장석권 한양대 교수는 “지금은 환골탈태하지 못하면 죽는 시대인데 KT는 리스크 테이킹을 하는 과감성이 떨어진다”며 “큰 규모의 사업구조와 풍부한 자산을 갖고 있지만 생동감있게 사업을 벌여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 담을 그릇 만들어야=‘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듯 경영혁신에는 조직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매출은 계속 정체 또는 하향곡선을 그리는 마당에 매출 대비 20%라는 기록적인 인건비 비중은 이제 대수술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동통신사의 매출대비 인건비 비중이 5%에 불과하고 다른 유선통신사 역시 10% 미만이다. 관리형 조직을 대폭 줄이고 비즈니스형 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사내회사(CIC)나 지주회사 도입과 같은 획기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또 유무선 통합에 맞춰 추진하던 KTF와의 합병 문제도 조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 다만 지주회사든 합병이든 간에 1조~2조원의 비용이 들고 기대효과에 대한 전망이 갈린다는 점은 반드시 짚을 부분이다. 업계 일각에서 지주회사의 경우 옥상옥을 만들고 사장 자리를 늘리는 것 외에 무슨 실익이 있냐는 비판이 나오고, 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 경영진은 이미 만들어놓은 조직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 명확한 비전 아래 치밀한 손익계산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내야 한다. 그러나 어떤 모습이든 KT는 차제에 ‘제3의 탄생’을 한다는 각오로 미래를 내다본 획기적인 조직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해외사업 강화 절실=KT가 포화상태인 국내 통신시장 대신 해외시장 진출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행히 지난 10여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KT는 규모는 작지만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등에서 최근 시작한 와이브로 서비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등 연해주 지역에서의 이동통신사업 등이 견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재경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 KT도 SK텔레콤처럼 통신분야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며 “영국의 보다폰, 스페인의 텔레포니카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