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견제조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출이나 현지법인 운영 등을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기업이 76.8%로 집계됐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 가운데는 ‘수출과 현지법인 운영을 병행한다’(49.1%)는 응답이 절반에 달했고, ‘현지법인 없이 수출만 한다’(40.9%)와 ‘수출 없이 현지 생산과 판매 중’(10%)이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중견기업들은 평균 15.2개국에 진출해 있었으며, 주요 진출지역은 ‘중국ㆍ인도 등 신흥국’(50.8%),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40.9%),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8.3%)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중소제조업체의 수출업체 비중이 19.9%인 것을 감안하면 중견제조업체의 국제화 비율은 4배 가까이 높은 실정”이라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하라면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게 필수”라고 지적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35.2%)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25~50% 미만’(27.9%), ‘10% 미만’(21.3%), ‘10~25% 미만’(15.6%) 순으로 집계됐다.
향후 해외진출 계획에 대해선 ‘해외시장 진출을 더욱 강화하겠다’(72.7%)는 답변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진출대상 지역으로는 ‘중국ㆍ인도 등 신흥국’(56.9%)이라는 응답이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35.8%)을 앞질렀다.
하지만 활발한 해외진출 실정에 비해 중견기업들의 경쟁력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시장에서 자사 제품의 경쟁력 수준에 대해 응답기업의 과반이 넘는 66.1%가 ‘동종업종 내 3위권 밖’이라고 답했다. 반면 ‘1~3위’라고 답한 기업은 33.9%에 불과했다.
현지시장에서 가장 위협적인 경쟁상대로는 과반수가 선진국 기업(52.8%)을 꼽았지만 한국기업(24.3%)을 꼽은 기업도 적지 않아 해외시장에서도 국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진출 시 애로사항(복수응답)으로는 가장 많은 기업들이 ‘환율변동 등 대외거래의 불확실성’(72.4%)을 꼽았고, 이어 ‘현지국가의 각종 규제’(56.8%), ‘정보ㆍ노하우ㆍ현지네트워크 부족’(51.5%), ‘전문인력 및 자금부족’(32.9%)을 차례로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의 해외진출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은 10곳 중 3곳에 불과했다. 지원제도 자체를 잘 모르거나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지원제도 중 가장 도움이 됐던 정책으로 기업들은 ‘해외전시회ㆍ시장개척단 등 해외마케팅 지원’(49%)을 첫 손에 꼽았고 ‘수출금융이나 보증ㆍ보험 등 지원’(19.8%), ‘유망진출지역ㆍ바이어알선 등 정보제공’(16.6%) 등을 차례로 들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좁은 내수시장에 안주하면 경쟁력과 성장이 퇴행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며 “기업은 히든 챔피언을 목표로 바깥의 거대시장으로 진출하고 정부는 중견기업의 해외진출과 기술개발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