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MB정부 100일, 과학기술정책은… 성과에 집착 '좌충우돌'

과학비즈니스벨트 부진…출연硏 통합작업 진통…<br>KAIST중심 통폐합說 연구원들 '패닉'<br>"원천기술 연구에 졸속정책 안돼" 지적


‘좌충우돌.’ 출범 100일을 넘긴 실용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과학기술정책의 현주소다. 정력적으로 밀어붙이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부진한 상태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 출연 연구소 통합 작업은 연구원들의 반발로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과학기술 및 연구개발(R&D) 능력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만큼 하루속히 제 궤도를 찾아야 한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주문이다. ◇실용정부 과학기술정책의 주요 내용=실용정부는 지난 2006년 국내총생산(GDP)의 3.23%에 그쳤던 과학기술 R&D 투자를 오는 2012년까지 5%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 R&D 예산을 올해 10조8,000억원에서 2012년 16조2,000억원으로, 이 중 기초 원천기술 R&D 예산 비중을 25%(2조8,000억원)에서 50%(8조1,000억원)로 늘릴 계획이다. 초일류 과학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 아래 기초과학ㆍ문화예술ㆍ비즈니스가 결합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는 것도 핵심 과학기술정책 중 하나다. 2010~2012년까지 복합연구시설 등 핵심 인프라를 조성하고 2017년 마무리하겠다는 것. 하지만 민동필 서울대 교수(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비즈니스벨트 태스크포스 팀장)는 최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국가 차원의 특별위원회가 정력적으로 추진하려던 사업이 국가균형발전ㆍ지역개발사업으로 위상이 격하됐음을 뜻한다. 경북ㆍ충청권ㆍ경기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위해 극심한 경쟁을 벌이면서 자칫 지역 간 대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통폐합설ㆍ성과주의에 연구원들 ‘패닉’=옛 과학기술부 소속의 26개 R&D 출연 연구소 중 산업적 측면이 강한 13개가 지식경제부로 이관됐다. 실용정부가 금과옥조로 주장하는 시장논리가 연구 분야에 투영된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실용성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미래지향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산업적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단기적 성과 위주의 응용연구가 중요시되고 장기적ㆍ전략적 차원의 원천기술 연구 등은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육성과 산업 발전을 위해 조성된 대전 ‘대덕연구단지(대덕연구개발특구)’는 전례 없는 기관장 일괄 사표, 각종 통폐합설 등으로 출범 3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출연연과 연구원들은 KAIST를 중심으로 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ㆍ과학기술연합대학원ㆍ전자통신연구원 통합설에 ‘패닉’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KAIST와의 통합을 반대하며 사퇴한 이상기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정부 출연 연구원은 국가적 사명을 가지고 미래를 책임질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새 정부에서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통해 당장 뭔가 해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졸속정책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미숙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도 “출연연은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등 산업체ㆍ대학에서 할 수 없는 연구에 주력해야 한다”며 명분이 불분명한 통합보다 대학ㆍ출연연 간 공동 연구 플랫폼 구성을 제안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