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7일] 약골 은행

국내 은행의 1ㆍ4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예상대로 수익성과 건전성에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여전히 외형 경쟁에 매달리는 가운데 수익 창출 능력이 뒷걸음질친 결과다. 1ㆍ4분기 중 국내 18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2.38%로 전년 동기 및 직전 분기에 비해 각각 0.08%포인트, 0.09%포인트 하락했다. 특판예금 판매를 늘린데다 저원가성 예금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ㆍ4분기 중 이자수익자산이 32조5,000억원 증가했지만 NIM 하락으로 이자수익은 1,508억원이나 줄어들었다. 땀 흘려 영업을 펼쳐도 정작 손에 쥐는 이익은 적다는 얘기다. 얼마나 자산을 효율적으로 썼는지를 보여주는 총자산이익률(ROA)도 올 1ㆍ4분기 중 0.24%포인트나 하락했다. 외형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치열한 자산경쟁으로 위험자산 비중이 커지자 은행의 자본건전성도 함께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 건전성 기준을 강화한 ‘바젤2(신BIS협약)’가 시행되면서 상당수의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가이드라인인 10%대로 떨어졌다. 은행들은 급격한 BIS비율 하락을 막기 위한 임시 방편으로 후순위채권 발행을 잇따라 추진할 예정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금융감독 당국도 올해 경영다각화와 경영효율성 제고를 통한 안정적 성장기반을 주문할 정도다. 문제는 은행의 수익구조가 좀처럼 개선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예금에서 증시로 자금이 이탈하는 ‘머니무브’ 현상은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고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하면서 연체율의 상승도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된다. 은행권에서 최근 몇 년간의 천문학적 이익을 올린 것은 LG카드 매각 등에 힘입어 영업외 이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일회성 요인’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처럼 비춰졌을 뿐 은행들의 수익구조가 획기적으로 강화된 것은 아니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의 손쉬운 영업을 지양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이익의 질을 높이는 은행들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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