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미국산 돼지고기 금수조치 등을 둘러싸고 통상마찰 조짐이 일고 있다. 또 신종플루의 진원지인 멕시코와 중국 간에도 방역 문제로 외교적 갈등이 불거졌다.
3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이 신종플루를 빌미로 부과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제한 조치를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게리 라크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에게 서한을 보내 “보건당국이 음식물을 통한 전파의 위험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고 미국에서 사육되는 돼지에서 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는 보도 또한 없다”면서 “이유 없는 무역 제한 조치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제적 불확실성과 인플루엔자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있는 시점에서 각국 정부가 취하는 조치는 과학적 증거에 입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자국의 미국산 돼지고기 금수조치 이후 미국 측에서 중국산 수출품에 대해 연달아 반덤핑 조사를 착수하고 있는 데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야오젠(姚堅)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 상무부가 지난 4월28일 중국산 유정(油井)용 강관(OCTG) 제품의 반덤핑 및 반보조금 특별조사에 착수한 것은 양국 철강 무역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야오 대변인은 또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서도 “중국산 제품의 품질을 무시하는 처사로, 명백한 차별”이라며 반발했다.
중국은 신종플루를 둘러싸고 멕시코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 멕시코 외무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홍콩의 한 호텔에서 멕시코인 신종플루 감염자가 확인되자 멕시코인들에게 차별적인 격리조치를 취했다”면서 자국 국민에게 중국여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에스피노사 장관은 “우리는 중국에서 아무런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은 멕시코인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으로 격리된 데 매우 우려한다”면서 “이는 근거 없는 차별조치이기 때문에 외무부는 이런 조치가 시정될 때까지 중국 여행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에스피노사 장관은 또 중국이 멕시코에 대한 항공기 운항 중단조치를 취한 것도 비난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멕시코에서 출발하는 모든 상하이(上海)행 항공편의 착륙을 중단시켰다.
중국 대륙은 신종플루 감염환자가 홍콩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중국 위생부는 1일 홍콩 위생당국의 신종플루 환자발생 보고를 받은 뒤 곧바로 긴급 회의를 소집해 방역과 예방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특히 환자로 확인된 멕시코인 남자가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를 거쳐 동방항공편으로 홍콩에 들어온 것으로 조사돼 이날 같은 비행기를 탄 중국인 여행객들 모두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등 초비상 조치에 들어갔다. 위생부는 또 이 비행기가 이동한 도시와 성(省) 정부에도 특단의 방역조치를 주문하는 한편 각급 방역센터와 의료기관에 발열 환자에 특히 주의하라고 지시하고 각급 도시에 응급 방역팀을 파견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도 신종플루가 중국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원 총리는 노동절인 1일 베이징의 지하철 공사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는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국제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고 최근에는 몇몇 국가에서 신종플루가 퍼지고 있는 것이 중국 경제 및 사회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