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냐, 성장이냐" 버냉키의 딜레마 인플레·경기둔화 우려 놓고 금리정책 선택 고민 깊어져금융시장, 추가인하 기대속 올 동결·내년 초 단행 전망 뉴욕=권구찬 특파원 chans@sed.co.kr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리정책 선택의 딜레마에 빠졌다. 인플레이션이 가중돼 금리를 더 내리지 못하는 입장이지만 부동산경기 침체의 후유증으로 경기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가안정이냐, 성장이냐의 상충된 두 가지 통화목표 중 어느 한쪽을 선뜻 선택하기가 어려운 게 FRB의 입장이다. 버냉키 의장은 8일(현지시간) 미 상하 양원 합동 경제위원회에 출석해 이런 고민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의회에서 주택가격 하락, 신용 경색, 고유가 등 미 경제의 불확실성을 두루 짚었지만 FRB의 다음 행보를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결정적 힌트는 주지 않았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가 성장둔화와 물가상승이라는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은 물가상승에 대한 압력을 증가시키고 경제활동을 더욱 제한할 것”이라면서 “아울러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금융 경색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택시장의 위축이 더욱더 가속화돼 가계소비와 기업투자가 함께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인플레 위험과 성장률 하락의 위험이 거의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성명서 내용과 일맥 상통한다. 다만 주택경기 침체로 소비 및 기업투자 위축이 우려되고 내년 1ㆍ4분기까지 성장률이 ‘현저히’ 저하된다는 발언과 신용 경색으로 인한 금융기관의 상각처리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발언은 예전보다 진전된 메시지로 평가된다. 미국 금융시장은 버냉키 의장의 증언에 대해 일단 추가 금리인하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쪽으로 해석했다. 금리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기 2년짜리 미 재무부 채권(TB) 수익률은 하락했고 달러 가치도 떨어졌다. 심지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도 미 경기침체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했다. 뉴욕 증시 역시 개장 초 급락하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전달되면서 낙폭이 줄어들었다. 특히 연방금리선물은 이날 12월 중 금리인하 가능성을 오전까지 70% 반영했으나 증언 이후 88%로 급등했다. 하지만 페드워처(FRB분석가)들은 다음 FOMC가 개최되는 12월 중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했다. 경제상황이 워낙 불투명하니만큼 일단 연말까지는 물가와 성장과 관련한 경제지표를 좀 더 살펴본 뒤 정책방향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 경제가 인플레 압력보다는 부동산발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내년 초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뉴욕의 민간 경제분석기관인 디시즌 이코노믹스의 앨런 시나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적어도 내년 1월30일 정례회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MFR의 조시 셰피로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12월 회의는 금리를 동결한 뒤 이르면 내년 1월에 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력시간 : 2007/11/09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