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벼락치기 신당' 유감

“요즘 국산차에 수입차 엠블럼을 달고 다니면서 외제차 시늉 내는 사람들이 많습디다. 정치권에서도 범여권이 신당으로 깃발을 바꿔 달겠다고 하던데 당 간판 바꾼다고 사람들이 다른 당으로 봐줄까요?” 자동차업계의 한 경제인이 사석에서 던진 질문이다. 순간 기자는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해 머뭇거렸다. 범여권의 통합논의가 결국 ‘도로 열린우리당’이나 ‘도로 민주당’으로 귀결되고 있는 탓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인데 그릇만 합친다고 새로운 음식이 될까. 범여권이 정계개편 전략을 내놓았던 초창기만 해도 신당이 정치권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었다. 이 때만 해도 범여권은‘제3지대 신당론’이니, ‘헤쳐모여식 신당론’이니 하는 수사를 붙여가며 기득권 포기, 정치권 밖의 새로운 세력과의 연대를 주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범여권은 헤쳐모여식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제3지대라는 용어도 슬그머니 감추는 분위기다. 대신 ‘당 대 당 통합’이나 ‘대선주자 중심 통합’을 얘기한다. 혹은 ‘제정파 연석회의’를 제안하는 진영도 있다. 결국 기득권은 버리지 않겠다는 말이다. 계파 정치를 하겠다거나 지역주의로 회귀하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새 당을 만들겠다면서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고 구태만 답습하려 한다. 대선을 앞두고 촉박하게 벼락치기식 신당을 만들려고 하니 정치 세력들이 적당히 기득권을 나눠먹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나 시민사회단체의 합류를 추진하고 있으니 제3지대 통합신당이 맞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빈대떡 위에 페퍼로니를 얹는다고 피자가 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세력이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새로운 모습을 보이느냐 이다. 과오에 대해 진심어린 반성을 한다면 신당을 만들지 않아도 민심은 돌아온다. 그럼에도 굳이 신당을 만들어야겠다면 기존 정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구태만 반복하다가 또다시 깨어질지 모를 신당이라면 아무리 고도의 정치공학을 통해 창당하더라도 올해의 대통령선거나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유권자가 외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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