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를 누비는 작은 거인들/임충규 기협중앙회사업이사(여의도칼럼)

우리는 70년대에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1달러를 벌기위해 맨발로 뛰던 수출전사들을 기억하고 있다.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기치아래 모두가 똘똘 뭉친것이다. 달러가 되는 것이면 기르던 머리카락까지도 싹둑잘라 가발을 만들어 내다 팔던 일이 엊그제 같다. 「무엇이든 만들어야 한다. 세계 구석구석 어느 곳이건 파고들어야 한다.」 이렇게 땀방울이 송글거리는 각고의 노력과 인고의 세월속에 숱한 수출신화를 뿌렸다. 그래도 기업인이나 근로자들이 가장 신명나던 때가 바로 그 시절이 아니었던가 싶다. 필자는 최근 세계화 우수사업을 선정하는 자리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세계화 우수기업에 오른 대상업체는 모두 중소기업이었다. 심사과정에서 이들 기업들이 추구하는 세계화 전략이나 시장개척노력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그야말로 피와 땀의 결정체였음을 알았을 때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이를테면 이들 제품의 대부분은 국내외로부터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인정하는 규격·성능에 대한 마크를 획득함으로써 기술인증을 받았다. 이들 업체중에는 부피가 커 수출에 부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건자재를 수출한 경우도 있고, 종업원 10여명으로 섬유플랜트 수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는 폐탄광촌의 유휴인력을 실습시켜 가면서 주민소득의 10%를 향상시킨 한 배낭 수출업체는 레저용품의 선진국인 미국·일본시장에서 「메이드인 코리아」의 성가를 높이기도 했다. 이밖에 종업원 30여명으로 공기주입식 보트를 생산, 미국 등 45개국에 수출하고 오토바이 헬멧 하나로 미국시장 진출 10년만에 일본제품을 누르고 시장을 석권한 중소기업도 있었다. 이와같은 수출중소기업의 「세계화」전략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기술·품질인증과 자체브랜드로 당당히 승부를 걸고 있으며, 기업인·근로자 모두가 해외시장개척에 대한 불같은 열정과 의지, 끈끈한 장인정신이 어우러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중소기업이 끊임없이 나오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 우리 경제는 다시 밝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솟았다. IMF 구제금융시대에 달러 한푼이 아쉽다. 환율인상으로 수출의 호기를 맞이한 때에 다시한번 수출 드라이브를 걸어야겠다. 수출중소기업의 세계화를 향한 용기와 노력에 우리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야 할 때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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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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