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부진으로 전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이 과잉 생산설비를 줄이기 위해 전 산업계 차원의 구조조정에 돌입했다.철강 등 각 산업계는 이를 위해 세금 감세 등 각종 지원책을 통산성 등 정부에 적극 건의하고 나섰고 기업의 과잉설비 폐기와 리스트럭처링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법을 개정하는 등 일본 정부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최대 제철회사인 신일본제철을 중심으로 일본 철강업체는 26일 철강산업의 과잉설비 감축 계획과 관련, 세금 혜택에서 정부보조금 융자 등 각종 지원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정식 건의했다.
일본 철강협회의 치하야 아키라 회장(신일본제철 사장)은 이 건의안에서 공장부지 등 부동산 자산에 대한 대출 확대 유휴 공장부지 매입시 세금 혜택 공장지역과 주거 및 상업지역간 재구분 주택도시개발공사 등 공공기관의 유휴 공장부지 매입 등을 요구했다. 또 정부가 과잉 설비를 처분하는 기업에 대한 세금 혜택 근로자들의 실업수당 수혜기간 연장 공장부지 재개발시 저리 융자 등의 지원책을 마련해줄 것을 건의했다.
이와 함께 기업간 합병을 유도하기 위해 독과점 규제의 예외 인정 등 공정거래법의 유연한 적용 등도 요청했다.
◇과잉설비 현황= 이같은 내용의 대정부 건의안을 만든 치하야 회장은 『과잉설비는 단순하게 경기 순환상의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문제』라고 고백했다. 철강 뿐만 아니라 일본이 강점을 갖고 있는 제조업 대부분에서 과잉설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철강의 경우 수요는 9,000만톤인데 비해 생산 능력은 1억2,000만톤에 달하고 있다. 3,000만톤 가량의 생산설비가 놀고 있다는 얘기다. 또 정유는 20%, 석유화학 17%, 자동차 30%, 제지 7% 정도가 과잉 설비다.
치하야 회장은 『산업계 전체적으로 100조엔 정도의 과잉설비를 안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다른 분석가들도 일본 기업들이 떠안고 있는 과잉설비가 적어도 40조엔~50조엔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일본 산업계의 생산능력에 비해 60%에 그치고 있는 개인 수요의 부진은 1~2년내 해소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본 정부의 움직임= 일 정부는 통산성을 중심으로 대장성,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가 참가하는 산업경쟁력 회의를 28일 개최, 기업의 과잉설비 폐기와 리스트럭쳐링 지원을 위한 법안 작성에 들어가 오는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한다는 일정이다. 기업개혁지원법(가칭)이라는 이름으로 마련되는 지원법안은 철강협회 등 관련 산업계의 요구 뿐만 아니라 게이단렌에서 논의된 건의 내용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일 정부는 이 법안에서 설비 페기에 필요한 자금 지원, 상각처리기간 연장, 기업부채에 대한 금융기관의 출자전환, 사업교환 지원을 위해 양도차익과 매수비용의 상쇄 등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이미 도요타 자동차가 오는 2002년까지 현 400만대인 생산능력을 300만~350만대로 줄이기로 하는 등 주요 기업들의 설비 감축계획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원 법안이 확정되면 일본 기업들의 설비 감축은 전 산업계로 확산될 전망이다. /문주용 기자 JYM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