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가를 중심으로 미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국내 펀드 시장에서 뱅크론펀드와 글로벌하이일드펀드 중 어느 펀드가 승자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뱅크론펀드는 미 변동금리부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로 미 금리가 상승하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최근 들어 고액자산가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하이일드펀드도 미 금리 인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높은 쿠폰 금리와 미 경기 개선 기대감에 꾸준히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어 두 펀드 간 불꽃 튀는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5월26일 설정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특별자산'펀드로 한 달여(8일 기준) 만에 557억원이 순유입됐다.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특별자산'펀드도 출시 2개월여 만에 705억원이 들어왔다. 프랭클린펀드의 경우 하나은행과 미래에셋증권 PB센터를 중심으로 고액자산가들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펀드의 공통점은 미 뱅크론(선순위 담보 대출채권·시니어론)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뱅크론이란 투자등급 미만에 속하는 기업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하는 대출채권을 뜻한다. 만기까지 고정 수익을 지급 받는 일반 채권과 달리 주로 3개월 만기 리보 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부 대출채권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뱅크론펀드는 최근 월가를 중심으로 미국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몸값이 더욱 오르고 있다. 미 6월 고용지표가 개선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08년 12월 이후 고수해온 제로(0)금리를 머지않아 올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10월 양적완화가 종료될 것으로 확실시되고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이 이르면 내년 3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병용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은 "최근 미국의 금리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며 "뱅크론은 하이일드채권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금리 상승 우려에도 대비할 수 있는 적절한 투자처"라고 전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 금리 인상 우려에도 연초 이후부터 꾸준히 미국·유럽 등 선진국 하이일드채권(투기등급 이하 채권)에 투자하는 글로벌하이일드펀드에 돈을 넣고 있다. 하이일드 채권의 경우 미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데도 연 쿠폰 수익률이 8~10%로 워낙 높아 금리가 오르더라도 채권 가치가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글로벌하이일드펀드로 7,679억원이 몰렸다. 지난달 이후로는 2,486억원, 이달에도 530억원이 순유입됐다. 'JP모간단기하이일드자(채권)A'와 '피델리티유럽하이일드자(채권-재간접)종류A'로 각각 4,549억원, 2,156억원이 들어왔다.
안종현 피델리티자산운용 마케팅담당 이사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글로벌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하이일드채권의 경우 쿠폰 수익률이 높아 그 가치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미국 금리 인상이 선진국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줘 하이일드채권 수요를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뱅크론펀드와 하이일드펀드가 각각 장점이 있는 만큼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당분간 두 펀드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애정 미래에셋증권 여의도영업부 과장은 "뱅크론펀드는 미국 금리 인상시 자본손실을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채권펀드라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하이일드채권펀드도 다른 채권펀드에 비해 금리 인상에 따른 민감도가 작고 쿠폰 수익률이 절대적으로 높아 현재의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펀드는 뱅크론과 하이일드채권에 동시에 투자하는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JP모간단기하이일드펀드'는 그동안 듀레이션(채권 잔존만기)이 짧은 하이일드채권에 주로 투자했지만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하기 위해 뱅크론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