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자중지란은 이미 국정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책 논의와 조율을 위한 당정청 회의가 지난 5월29일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 이후 한 달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주에 열린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당정회의조차도 예산 논의보다 당정 갈등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수준에 그쳤다. 이같이 불편한 관계라면 20일까지로 예정된 추경안 처리가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와 전혀 별개로 내년 총선에서 공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권력투쟁 기류가 양측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친박 쪽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내지도부 교체 등을 통해 국정 환경을 일신하고 내년 총선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친박계가 이러니 수적으로 우세한 비박계도 이런 시나리오에 강력 반발하면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 불가론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현실 정치에서 이 같은 셈법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의 궁극적 목표와 명분은 국민을 이롭게 하고 편안하게 하는 데 있다. 특히 올해는 경제 살리기뿐만 아니라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 마무리를 위해 어느 때보다 여권의 통일된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여권 전체의 내홍이 시간을 끌면서 국정 엔진을 식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의 분열과 갈등은 국민으로부터 차가운 외면을 받게 된다는 점을 여권 전체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