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법조이야기] 환자손 들어준 최초의 의료사고판결

크고 작은 의료사고가 하루를 거르지 않고 터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인을 상대로한 소송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국내 의료사상 의료사고가 법정으로 비화된 주요 사건 가운데 민사소송에서 의사에게 의료과실을 폭넓게 인정, 환자의 손을 들어준 최초의 판결은 지난 81년5월18일 오후 2시40분께 서울 H병원에서 폐렴치료를 받던 환자가 담당의사의 처방에 따라 엠피실린 주사를 맞고서 쇼크사로 사망한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검찰은 내과과장이던 담당의사 윤모씨를 업무상과실치사혐의로 전격적으로 기소했다. 윤씨는 당시 서울에 있는 명문의대출신으로 소위 잘나가는 의사였다. 의사 윤씨는 김모(당시 34세)씨에게 폐렴증세가 심하니 입원치료를 받으라고권유했다. 그는 환자가 개인사정을 내세워 통근치료를 받겠다고 말해 간호사에게 「페니실린」을 주사하도록 지시했다. 물론 의사는 간호사에게 「과민성 쇼크 반응」을 검사한 뒤 음성결과가 나올 경우에만 주사하도록 했다. 환자는 이미 두차례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페니실린 부작용 증상을 보인적이 있었다. 그러나 의사는 종전 진료기록을 찾지 못해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환자와 함께 병원을 찾은 동생도 간호사에게 형이 페니실린 양성반응을 보인 사실이 있다는 점을 알려줬으나 간호사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아 결국 환자가 죽고 말았다. 유족들은 의사 윤씨를 상대로 형사소송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결국 이 사건은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이 따로따로 진행됐으나 재판 결과는 서로 달랐다. 민사판결은 의사의 과실을 인정했으나, 형사판결은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던 것이다. 서울고법 김영진(金永振)부장판사는 83년10월4일 민사재판에서 『의사가 환자의 동행자로부터 환자에게 종전에 페니실린 부작용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서도 옛 기록을 갖다보지도 않고 문진(問診)도 해보지 않은채 단지 간호사에게 「엠피실린 주사액 반응검사」만을 거쳐 엠피실린주사를 놓게한 것은 과실』이라고 밝혔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84년5월24일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나 대법원 제1부은 84년6월12일 형사판결에서 『담당의사가 병원에서 통상적으로 시행하는 방법에 따라 사전에 「엠피실린 주사액 과민성 반응」을 검사하고 음성으로 나왔기 때문에 주사를 놓으라고 지시한 것이므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회창(李會昌)·이일규(李一珪)·이성렬(李成烈)·전상석(全尙錫)대법관이 관여했다. 의사 윤씨를 위해 김문희(金汶熙)·유재방(劉載邦)변호사가 소송대리를 맡았다. 이 판결은 같은 사실관계에 대해 과실책임을 인정하는데 있어서 형사사건에서는 엄격하게 해석한 반면 민사사건에서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이는 의료소송에서 피해의 정당한 보상을 위해 가해자측 보다 피해자측의 보호를 한층 강화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입력시간 2000/04/2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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