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던 국내 철강업체들의 주가가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철강주가 2·4분기 성수기 효과에 더해 3·4분기에는 원화 강세에 따른 원재료 비용 감소까지 예상돼 하반기에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제철(004020)은 전 거래일보다 2.22%(1,600원) 오른 7만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월 중순 7만원 대가 무너진 후 부진했지만 이달 들어 꾸준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관은 이달 들어 최근 12거래일 연속 현대제철을 순매수하며 205만주 이상 매수우위를 기록 중이다.
이날 소폭 상승한 포스코(1.22%)는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이후 포스코 주식을 42만주가량 사들였다. 세아베스틸(001430)도 외국인의 관심이 쏟아지며 이달 들어 주가가 9개월 만에 3만원 선을 돌파했다.
최근 철강주가 관심받는 이유는 조선사들의 선박건조가 증가하고 있는데다 원화강세로 철광석 수입비용도 줄어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철강산업이 개선세로 접어들면서 국내 철강제품 가격도 하락세를 멈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강운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조선업계의 선박 건조량이 지난해보다 25%가량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자동차 생산도 여전히 견고하다"며 "중국 철강산업이 부진에서 탈피하면 저가 물량이 줄어들어 국내 업체들도 철강제품 가격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에 국내 철강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선박 건조 증가와 원화강세의 수혜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가장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고로업체인 것도 투자포인트로 꼽힌다.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재료를 수입해 철강을 생산하는 업체는 원화가 강세일 때 원재료 투입가격이 줄어들어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 국내에서 선박건조에 사용되는 후판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업체 역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올해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각각 0.57배와 0.61배에 불과해 신일본제철(1.08배)과 US스틸(1.04배) 등 글로벌 경쟁업체들에 비해 저평가된 것도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 연구원은 "고로업체의 경우 원재료인 철광석과 유연탄을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영향이 크다"며 "수출보다 수입 비중이 더 높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원·달러환율 하락 때 유리하고 PBR이 낮아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홍진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포스코는 2·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17.9% 개선된 8,630억원, 현대제철은 27.2% 늘어난 3,2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원·달러환율 하락에 따른 원재료 투입단가 하락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판단했다.
고로업체들 외에 철근을 생산하는 한국철강, 특수강 업체 세아베스틸도 최근 원재료인 철스크랩 가격 하락으로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어서 관심을 둘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관철 B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철강은 2·4분기 철근판매가 28만톤을 기록했고 원재료인 철스크랩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하반기 철근수요가 완만하게 증가하며 실적 턴 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아베스틸은 원재료 가격 하락 등으로 2·4분기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390억원)보다 높은 51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