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

실질예금금리 -1.63% 사상최저 불구<br>투자처 못 찾은 여유자금 은행에 몰려

요즘 은행에 돈을 넣으면 앉아서 돈을 까먹는다. 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을 한참 밑돌기 때문이다. 대외불안기에 그래도 믿을 곳은 은행뿐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자금은 결국 은행으로 몰린다. 이른바 마이너스 금리의 패러독스다. 이 현상이 최근 더욱 심화하고 있다. 올해 3ㆍ4분기 은행의 실질 예금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ㆍ4분기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의 순수 저축성예금 수신금리는 평균 연 3.75%로 2ㆍ4분기의 3.69%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이자소득세(세율 15.4%)와 소비자물가 상승률(4.8%)을 뺀 실질 예금금리는 -1.63%를 기록,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96년 1ㆍ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은행의 실질 예금금리는 지난해 1ㆍ4분기 0.35%에서 같은 해 2ㆍ4분기 -0.13%로 방향을 튼 뒤 1년6개월째 마이너스에 머물면서 최장기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의 늪'에 빠진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시중 부동(浮動)자금이 안전성이 높은 은행 예금에 몰리면서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반면 물가상승률은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순수 저축성예금 수신금리는 올 1ㆍ4분기 3.58%, 2ㆍ4분기 3.69%, 3ㆍ4분기 3.75% 등 소폭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3.0%대에서 머물고 있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와 비교해 1ㆍ4분기 4.5%, 2ㆍ4분기 4.2%, 3ㆍ4분기 4.8% 등 4.0%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은행으로 돈은 계속 몰리고 있다. 10월 중 5개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380조5,035억원으로 9월보다 6조6,044억원(1.8%)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10월의 9조697억원 이후 1년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돈을 버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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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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