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최근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에 운영비 등 자금을 지원한 건설사에 대해 고발조치 하는 한편 해당 조합에 대해선 설립인가를 취소하는 등 초강력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19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일선 시ㆍ군ㆍ구에 `불법시공자 고발조치(문서번호 주환 58507-1761)`라는 공문을 보내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에 대해 일제 실태조사를 벌여 이 같은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건교부는 이 공문에서 다음달 30일까지 실태조사 현황 및 위반자 조치현황(조합인가 취소, 시공사 고발 등)을 보고토록 했다.
건설업계는 “건교부 기준에 따르면 재개발은 대다수 사업장이 고발조치 대상이 되고 재건축도 상당수에 이르다”며 “현실은 전혀 고려치 않은 행정이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에 자금지원을 전면 중단키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조합 미설립인가 재개발ㆍ재건축 대상 = 조합설립인가를 마치고 시공사 확정신고를 마친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은 제외된다. 시공사가 이미 선정된 상태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않는 단지가 고발조치 대상이 된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이들 단지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사를 다시 선정토록 돼 있다. 아울러 이 기간 동안 건설사가 조합 운영비 등 일체의 자금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조합과 건설사의 필요에 의해 자금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재개발은 대다수 사업장이 이번 건교부 지침에 의거 큰 타격이 예상된다. 2~3년간 시공사가 선정된 단지 중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개발구역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재건축 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추진위 단계에서 시공사를 선정한 재건축 단지의 경우 현실적으로 건설사의 자금지원 없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현실 무시한 행정이다 = 현행 도정법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만이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문제는 정비사업업체 중 한국감정원ㆍ대한주택공사 등을 제외하곤 대다수 영세업체라는 점이다. 감정원과 주공 역시 조합에 무한정 돈을 지원할 수 없다.
보통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경우 추진위 단계에서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소요되는 비용이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 백억원에 이른다. 설계비, 감리비, 철거비, 조합 운영비, 각종 용역비 등 소규모 사업장도 조합원들이 돈을 거둬 이들 비용을 충당하기도 어렵다.
자금지원이 가능한 정비사업자는 영세하고, 결국 조합은 건설업체에 손을 빌릴 수 밖에 없다. 건설업체 역시 정비사업자를 통해 돈을 지원하는 것 보다 조합과 직거래하는 게 유리한다.
모 건설업체 임원은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이 운영비, 설계비 등을 조달할 능력도 없고,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조합의 자금지원이 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을 감안해 볼 때 고발조치ㆍ조합설립인가 등의 행정조치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