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현물시장에서 형성된 금 가격은 은행보다는 경쟁력이 있었지만 실물 장외시장보다는 별로였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금 현물(순도 99.99%) 가격은 g당 4만6,950원에 마감했다.
거래소가 국제금시세를 기준으로 환율 등을 고려해 산정한 기준가격(g당 4만6,330원)보다 620원 올랐으며 이날 장외 금 도매가인 g당 4만6,500원보다는 조금 비쌌다.
이날 금 현물시장에서는 2억8,075만5,190원의 거래대금이 몰렸고 5,978g의 금이 거래됐다. 이날 금 현물을 인출한 사례는 없었고 익일인 25일 인출신청 수량은 1㎏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거래상황에 대해 첫 출발 치고는 괜찮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통상 해외 금 거래가격이 100원이라면 운송·보험료, 환율 등이 반영된 101원 정도가 도매가격이 된다"며 "이날 금 현물시장에서 금 가격은 이런 기준에서 볼 때 101원40~101원50전 수준으로 개인들이 그동안 소매시장을 통해 거래하던 것보다는 양호한 수준에서 금 가격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은 순도가 99.99%인 이른바 포나인(four nine) 골드인 데 반해 장외시장의 경우 99.5%, 99.90% 등 품질 면에서 99.99%의 순도가 아닌 금도 거래될 수 있다"며 "이날 금시세가 과도하게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금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형성된 금 현물 가격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장외시장보다는 투자매력이 떨어지지만 시중은행들이나 골드뱅킹보다는 괜찮다는 것. 실제 이날 신한은행 골드뱅킹에서 g당 금 매수가격은 4만8,357원이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금 가격 자체는 거래소보다 조금 싸지만 은행 계좌거래의 경우 배당소득세(15.4%)를 추가로 내야 한다"며 "세금을 감안하면 오히려 거래소 가격이 은행보다 더 괜찮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귀금속 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종로 귀금속 골목의 상인들 대부분은 KRX 금시장의 존재 자체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관심을 보인 극히 일부의 상인들마저 금 현물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정선 한국귀금속거래소 대표는 "거래소 금시장에 참가하는 사업자는 관세 3%가 면제되지만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농어촌특별세 0.6%가 부과되고 금 실물의 품질을 조폐공사가 보장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개입될 여지가 높다"며 "금거래라는 게 100원, 200원 싸움인 마당에 세율 0.6%는 결코 낮은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귀금속 상인들은 고금(古金·반지나 귀걸이 등의 형대로 소비자가 구입했던 금)에 대한 세제혜택 종료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쓰리엠 이사는 "업체들이 고금을 구입해 지금업자에게 되팔 경우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공제해주는 '고금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가 있었지만 지난해 기한이 끝났다"며 "이로 인해 고금이 양성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 어려워져 원재료 값이 비싼 수입금으로 대체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