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보수주의가 성장 이끈다

김대식 <중앙대 부총장>

자본주의 경제정책의 이념을 다룰 때 보수는 과거와 현재 관행의 유지이므로 잘못된 것이고 진보는 개혁이므로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정말 잘못된 이해에서 나온 것이다. 경제정책에서 보수주의는 영국의 자유주의 전통에서 비롯됐으며 수구적 현상유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은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지지하며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을 요구한다. 반면 진보주의정책은 시장의 역할보다 정부의 경제적 역할을 중시하고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한다. 즉 작은 정부(보수주의)와 큰 정부(진보주의)의 역할에 관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주의 경제학에 담겨 있는 사상들은 대체로 ‘보다 적게’를 요구하는 것들이 많다. 보다 적은 정부 지출, 보다 적은 세금, 보다 적은 재정적자, 보다 적은 정부규제 등이다. 경쟁을 우선시한다고 해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손 놓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들은 불평등을 줄이는 수단으로 누진적인 소득세제도를 지지한다. 또한 가난을 줄이기 위한 분배의 형평과 소득지원정책도 지지한다. 보수 대 진보의 경제이념은 결국 경제성장을 통한 높은 고용의 달성이라는 정책목표를 어떠한 정책수단을 사용해 이룩할 것이냐에 대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제3의 길’이라고 하는 경제정책은 이념이라고 할 수는 없고 보수와 진보의 이념에서 적당히 빌려온 것들을 융합한 것에 불과하다. 온건적 보수, 혁신적 보수, 신보수 등 여러 가지 수사를 붙여서 땜질을 하고 있지만 전통적 자본주의 경제이념은 보수와 진보, 혹은 신고전학파(보수)와 케인즈학파(진보)로 대별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의 역경을 딛고 일어서 경제 우등생으로 평가받는 국가들의 공통점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보수주의 경제정책을 채택한 나라들이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중국은 일당독재체제이지만 경제운용은 우리보다 더 자본주의적이고 홍콩과 싱가포르도 개방과 경쟁의 선진 모범생 국가들이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시장경제원리에 역행하는 산업국유화라는 실책을 해 국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이 뼈아픈 교훈이 시라크 내각으로 하여금 민영화를 단행하도록 했으며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 서독의 콜 내각도 민간활력 중시를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삼아 많은 개혁을 단행하고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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