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집값 폭등의 재앙

지금처럼 집값이 폭등하는 시기에는 크게 두 부류의 사람이 있을 것 같다. 한 부류는 집값ㆍ땅값이 치솟는 바람에 가만히 앉아서 재산이 쑥쑥 불어나는 사람들이다. 최근에 제법 오른 세금에 신경이 쓰이기는 하지만 하룻밤 새에도 수천만원에서 억원대로 불어나는 재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세금폭탄이라고 하지만 보유세나 양도세가 집값 상승폭보다 적은 한 이득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안좋다는 것도 별로 실감이 안된다. 몇 년을 고생해도 만져볼까 말까 한 막대한 재물이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입장에서는 적색경보를 울리는 경제지표는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좁게 보면 다른 집값도 같이 오르니까 상대적으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지만 앉아서 재산이 늘어나는 것이 싫을 리 없다. 다른 부류는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져 절망하는 사람, 그리고 자기 집이라고 있기는 하지만 집값이 꿈적도 안해 속상해 하는 사람들이다. 국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이 부류의 공통점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의 절망감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좋은 일자리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지고 있는데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계산이 안 선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부동산 투기 같은 생각하지 말고 땀 흘리며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충고가 공허한 말장난으로 폄훼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아예 미래 준비를 포기하고 쓰고 즐기는 생활로 돌아서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기막힌 얘기도 들린다. 집값 폭등이 위험 수위를 넘어선 것 같다. 수 십년을 부동산 본위 경제에서 살아온 탓에 웬만한 가격 상승에는 둔감해진 사람의 눈에도 이래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느껴진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의 경우 몇 년새 2~3배나 치솟고도 모자라 급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으나 말 그대로 부동산 광풍에 휩싸인 형국이다. 참여정부가 부동산을 잡는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8ㆍ31대책 이후에만도 10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이 두 배나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집권 이후 부동산과 씨름해온 참여정부의 정책 담당자들도 실패를 인정할 정도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부동산 안정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이다. 그러나 카드가 별로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보유세를 비롯해 보유세와 양도세 등 세금도 올릴 만큼 올렸고 상시로 하는 투기조사에다 신고제ㆍ허가제 등에 이어 앞으로는 6억원 이상의 주택 구입 때는 자금계획서까지 내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런 수요 억제 방식은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확신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미 주택가격에 상당 정도 거품이 들었다는 경고도 아랑곳하지 않는 마당에 몇 가지 귀찮은 절차와 규제를 만든다고 오름세 심리가 잡힐 것으로 만만하게 보는 것이 문제다. 공급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높은 분양가를 적용한 판교 신도시는 주택 거품을 기정사실화시키면서 수도권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검단 신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가격 폭등의 진원지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인기지역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사정이 이쯤 되자 민간아파트 원가 공개와 금리인상과 같은 극약 처방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원가 공개는 기술적으로 어렵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민간기업의 주택건설을 위축시켜 중장기적으로 주택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시적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엄청난 대가를 치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금리인상은 더 위험해 보인다. 가뜩이나 경제에 금리 충격까지 가해질 경우 어떤 재앙을 맞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경제가 무너진 다음 주택가격을 잡은 들 무슨 소용인가. 미국 중앙은행이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 환수를 위해 거의 2년에 걸쳐 금리를 올릴 때는 딴전을 피우다 느닷없이 금리인상을 거론하는 것은 엇박자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백약이 무효처럼 돼버린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원칙으로 돌아가 정공법을 구사해야 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수요가 있는 주택의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해법이다. 이른바 인기지역에 수 십층짜리 고밀도 단지를 한꺼번에 대량 공급해도 집값이 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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