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與 정책기조 '실용코드로 조정중'

여당 정책기조가 `실용코드'로 재조정되고 있다. 서민.중산층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정책의 우선순위와 방점을 찍겠다는 김근태(金槿泰) 의장 체제의 좌표 설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민생과제가 논의의 중심에 들어서고 있는 반면당 정체성과 맞물린 개혁과제나 정치적 의제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난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 민생입법에 `방점' = 이날 오전 김한길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고위정책조정회의는 이 같은 흐름을 분명히 확인한 자리였다. 김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개혁구호를 외치다 민생을 등한시한 면이 없는지 되돌아보자"고 말했다. 송영길(宋永吉)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구체적 내용을 내놔야 한다"며 "민심을 수용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나타나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물론 이날 회의는 새로운 정책.입법과제가 나오기 보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이월된 법안의 처리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해당 정책조정위원장들은 법안처리 보고과정에서 민생입법에 확실한 `방점'을 찍고 상대적으로 개혁입법에서는 `톤'을 낮추는 분위기였다. 문병호(文炳浩) 제4정조위원장은 "시급히 처리해야할 민생법안이 산적해있다"며▲의료급여법▲암관리법 ▲아동복지법 ▲국민기초생활법 ▲건겅보험재정법 ▲노인수발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상돈(朴商敦) 제5정조위원장은 생애최초 서민주택구입자금 재원을 2조원 증액하는 내용의 국민주택기금운영계획 변경안을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또 3.30 대책 후속조치로 전.월세형 임대주택을 분양주택으로전환할 경우 일반에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임대주택법 개정안의 처리도 다짐했다. 이은영(李恩暎) 제6정조위원장은 "민생과 관련해 사행산업 단속을 강화하겠다"며 ▲게임물 단속과 ▲사행산업에 대한 통합감독위원회 설치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대표적 개혁입법인 사립학교법 재개정도 거론됐지만 `국회법에 따른 진지한 협의'를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는 5.31 지방선거 참패의 영향으로 원내 제1당인 열린우리당의 입법주도력이 일정정도 약화된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경기 되살리기'에 총력전 = 이 같은 실용기조로의 선회조짐은 전날 경제분야 예산당정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공적자금상환금으로 책정된 3조2천억원의 예산을 경제활성화와 복지예산에 충당하고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SOC 예산 1조원 삭감안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 그것. 그동안의 소극적 재원배분 행태에서 벗어나 양극화 현상의 심화 속에서 허덕이는 바닥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쓰겠다는 여당의 강력한 의지를 깔고있는 것이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을 갖고 경제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 주변에서는 인위적 경기부양을 자제하겠다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코드불화' 소지도 = 그러나 여당의 이 같은 정책 추진흐름이 과연 `일치된코드'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선거 참패 이후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과시하고자 하는 흐름과 지금까지 정부와여당이 추진해온 개혁과제를 `완수'하려는 흐름이 맞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실용 대 개혁진영의 갈등은 물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과 맞물려당내 주류세력과 친노그룹간의 대립양상으로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당 지도부가 전날 워크숍에서 향후 입법전략과 관련, "우리당의 가치는 개혁이고 실용은 개혁을 실천하는 전략"이라며 "개혁입법과 민생입법 과제를 처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애매한 결론을 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립학법 재개정 등 계파간 시각차나 이해관계가 맞물린 사안을 놓고 `코드의 혼선'이 불거질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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