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코스닥 멍들게하는 불공정거래 유형들

온갖 교묘한 수법난무 투기장 방불 >>관련기사 코스닥시장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교묘해지는 불공정 행위에 의해 멍들어가고 있다. 작전꾼들의 주가조작은 물론 등록기업의 허위공시, 사기 외자유치, 역외펀드를 이용한 주가띄우기 등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 당국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발본색원 의지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와 미국시장의 불안으로 코스닥시장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불공정행위들이 더욱 준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특정종목의 주가가 큰 폭의 오름세만 보이면 투자자들은 '작전종목'이라는 생각을 먼저 할 정도로 코스닥시장의 투명성에 의심을 품고 있다. 한때 '고수익'시장으로 인식됐던 코스닥시장이 이제는 '고위험'시장으로 평가절하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고수익을 기대해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일반투자자들이 너무 많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혼탁한 상황이 지속되는 한 투자자들은 코스닥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고 코스닥시장은 벤처기업에 안정적인 자본을 제공해 주는 주식시장으로서 발전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을 좀먹고 있는 불공정 거래를 사례별로 살펴본다. ◇허위 외자유치ㆍ피인수 추진 공시를 통한 주가 조작=무늬만 벤처인 코스닥기업들이 애용하는 단골메뉴다. 감독당국은 현실적으로 외자유치 추진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보고 있다. 지방 백화점업체인 서능상사는 올해 초 세차례에 걸쳐 '외자유치 추진중', '외국기업에 피인수 가능성' 등의 공시를 내다가 지난 5월 15일에는 외자유치 무산 공시를 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월 20일 2,570원에서 12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최고 9,910원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외자무산 공시와 함께 폭락했다. 시장 관계자는 "서능상사 외자유치는 처음부터 추진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코스닥증권에 따르면 올들어 외자유치를 추진중이라고 공시한 기업은 모두 24개사. 이 가운데 5개사는 외자유치가 무산됐고 8개는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공시만 되풀이하고 있다. 알루코는 1년 넘게 나스닥 상장 추진 공시만 수차례 내다가 결국 실패했다고 공시했다. ◇작전의 대명사인 A&D 성행=A&D(인수후 개발)주라는 소문만 나면 주가가 끝간데 없이 치솟고 있다. A&D주들은 대부분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주인을 바꾼 뒤 아무런 사업비전을 제시하지 않는데도 주가는 초강세를 보인다. 사업비전을 제시한 기업도 있지만 이는 비전일 뿐 실제로 실행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 부실ㆍ적자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미국경영기법인 A&D를 악용한 주가띄우기 방법이다. 이를 추격매수하는 일반 투자자들은 수익은 커녕 피멍만 들 뿐이다. 대표적인 A&D주였던 리타워텍과 바른손에서 그 실례를 찾을 수 있다. A&D주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벤처기업을 인수해 주가를 부풀리고 대주주는 주가가 오른 틈을 타 고가에 지분을 털고 빠져 나간다. 부직포업체로 자본잠식상태에 있던 한올은 지난해말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로 주인이 CWI구조조정조합으로 바뀌면서 지난 4월 1,600원대이던 주가가 연일 급등, 최근에는 7,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아직 제시된 사업비전이 없으며 여전히 부직포사업만 영위하고 있다. A&D종목이 즐겨쓰고 있는 금융기법은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이들 작전세력은 부도상태 등으로 자체적으로 회생가능성이 없는 섬유업체 등 굴뚝산업을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인수한다. 최근 코스닥의 대표적인 A&D주로 부각됐던 한올과 동신에스엔티가 모두 이 같은 방식을 취했다. 이들 새 주인들은 진정한 벤처기업가라기보다는 머니게임에만 능한 창투사나 금융관계인들이다. 한올은 창투사인 캐피탈웍스인베스트먼트의 부사장을 지낸 서정철씨가 신임사장으로 취임했다. 특히 한올은 제 3자 배정유상증자를 할때 CWI구조조정조합외에 CWI구조조정조합 회원들이 개인 자격(56명)으로 1,200만주(액면가 500원) 이상 증자에 참여했고 이들 개인물량은 보호예수(매각금지)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매물화할 수 있는 물량들이다. 개인별로 모두 5% 미만 지분이라 장내 매도해도 지분신고 대상도 아니다. 동신에스엔티도 윤영각 외 33인이 제 3자 배정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인수후 대주주가 소유하고 있던 창투사인 싸이버펄스네트워크를 인수한게 고작이다. ◇역외펀드를 활용한 주가띄우기=코스닥시장의 대표 벤처기업인 H사를 비롯해 K, P사 등은 공동으로 역외펀드를 조성, 이들 기업이 투자한 창업투자회사의 전문딜러를 통해 주가를 조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감독당국의 손길이 뻗치지않는 케이먼군도ㆍ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해외 조세피난처에 역외펀드를 조성해 놓고 다시 이 돈을 외국인 자금으로 위장해 해당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가짜 유로 CB(전환사채)ㆍ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통한 외자유치 사기 및 대주주의 지분 확대=코스닥시장에서 외자유치로 포장돼 발행되는 유로공모 CB나 BW는 90% 이상이 국내 기관이나 전주자금이다. 심지어는 발행기업 자체자금이나 대주주 돈이 외국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검은머리 외자유치도 적지않다. 특히 해외 BW는 편법적으로 대주주의 지분확대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비테크놀러지는 지난해 10월 2,000만달러 규모의 유로공모 CB와 BW를 발행했지만 회사에 들어온 외자는 하나도 없었다. 1주일쯤 뒤 최대주주이자 사장이 BW를 재매입해 지분을 30% 가량 늘렸을 뿐이다. ◇기업인수 뒤 바로 매각해 차익챙기기=굴뚝기업을 통째로 인수했다가 몇 달도 안돼 대규모 시세차익을 남기고 지분을 팔아치우는 몰지각한 경우다. 보양산업의 최대주주인 고순종 사장과 특수관계인인 아이앤비골드문컨설팅은 지난달초부터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해 60%(32만주)이던 지분율이 27%(14만주)로 내려갔다. 이들의 매각가격은 주당 3만~5만원대로 6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고씨와 고씨가 2대 주주로 있는 아이앤비골드문컨설팅은 가발전문 생산업체인 보양산업을 IT기업으로 바꾸겠다며 보양 전 대주주로부터 지분 60%를 주당 2만5,600원에 인수했었다. 이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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