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銀 인수가 너무 높다" 적정성 논란

국민銀 "6兆4,179억에 외환銀 샀다" <br>인수가격이 시장가보다 무려 20%나 높아<br>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주당 2,600원 준 셈<br>"론스타만 배불려줬다" 국부유출 논쟁일듯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비싼 가격에 인수, 결국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엄청난 이득을 주었다는 지적이 금융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23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인수가격을 1주당 1만5,400원에 결정하면서 인수가격 적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외환은행 매각가는 지난 22일 증권선물거래소에서 형성된 시장가격 1만2,800원의 가격보다 20%가 높아 주당 2,600원을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얹어준 셈이다. 인수가격 적정성 논란은 국민은행이 제시한 주당가격이 외환은행 인수전이 본격화된 2일 2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가 보유지분 8.1%를 블록딜 형식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에 매각하면서 형성한 가격 1만3,400원보다도 13%나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 국민은행 측은 높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인수할 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하나금융지주와 과당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고 만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국부유출 논쟁에 휘말리게 됐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1조9,290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지만 순수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이라기보다는 워크아웃을 통해 정상화된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등 보유지분 매각차익 등이 순이익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외환은행 주식을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사겠다”고 밝혔던 것과 다른 논리이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은 외환은행을 과거 다른 은행권의 인수합병(M&A) 사례보다도 싼 가격에 인수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과거 한미은행 매각시 인수가격은 주가장부가배율(PBR)이 1.95배에서 결정됐고 제일은행도 1.89배 수준에서 이뤄졌다”면서 “한미은행이나 제일은행보다 규모가 크고 사업구조가 다양한 외환은행을 PBR 1.76배의 가격에 인수한 것은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론스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등으로 인해 예상보다 싼 가격에 외환은행을 사게 됐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 인수가격이 1만5,000원대로 결정되면서 론스타가 거둬들일 차익도 당초 3조원대에서 4조원대로 늘어나게 됐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30일 외환은행 주식 3억2,585만주를 주당 4,245원에 인수해 이번에 1만5,400원에 매각함으로써 3조6,349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코메르츠방크와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주식 가운데 론스타가 콜옵션(싸게 주식을 되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9,089만주를 통해 6,199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여기에 2년반 동안 원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얻은 환차익 2,460억원을 합하면 론스타가 이번 외환은행 딜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이익은 모두 4조5,000억원대에 이른다. 국부유출과 과세 논란이 이는 것도 론스타가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1조원 이상 많은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행법상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ㆍ증권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이 이 정도의 규모의 은행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는 것은 불가피했다고 보고 있다. 당장 이날 국민은행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일부 증권사에서는 목표가격으로 10만원대로 높여 기존 주주가치가 희석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 강 행장은 “양 은행이 상호 보완적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와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서로 부족한 역량을 보완함으로써 아시아 대표은행으로서의 성장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적정한 가격에 인수했느냐의 판단 기준은 향후 국민은행 주가가 시너지를 반영해 지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느냐의 여부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