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양도세 중과를 없애야 하는 이유


나이가 들면서 젊어서 즐겨 입던 타이트한 청바지를 다시 꺼내 입을 때의 곤혹감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즘 주택 시장의 문제를 보면 그 타이트한 청바지가 생각난다. 국내 주택 시장에는 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규제가 유지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조세 감면과 저리융자를 통해 민간임대사업자를 육성하려는 정책이 선호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민간임대사업자로 역할하는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세금으로 옭죄면 주택공급 감소만 초래

이런 특이한 규제의 배경에는 고성장기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투기적인 행태를 방지하려는,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의도가 있었다. 또한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한 투기자들로 인해 주택가격이 앙등하고 내가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게 된다는 국민적인 정서가 그 배후에 있다. 실제로 다주택자들은 그런 투기적인 행태를 적지 않게 보였다. 그러나 이런 행태가 가능한 배경에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세라는 임대계약제도가 있다.


전세란 임대인의 측면에서 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포기하고 자기 투자금액을 전세 금액만큼 줄임으로써 투자수익률을 증폭시키는 수익구조를 갖게 된다. 예를 들어 2억원짜리 주택을 1억원 전세를 안고 구입하면 월세는 포기하지만 가격이 10% 상승했을 때 투자수익률은 20%로 증폭된다. 해외처럼 월세라는 안정적인 임대소득을 추구하며 임대사업을 하는 다주택자들과는 그 수익구조가 다르다. 국내 다주택자들은 결국 소유 주택을 팔아야 포기한 월세를 대신해서 임대사업에 따른 수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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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없으면 전세는 존재할 수 없는 제도이다. 작금 벌어지는 전세가의 지속적인 상승이나 월세화 현상은 매매가 하락기에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변화이기도 하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 임대인은 주택을 팔아 그 돈으로 다른 투자 대안을 찾거나 여의치 않다면 전세를 올리거나 월세를 추가로 받아야 하락한 투자수익률을 보충할 수 있다. 이런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은 감소하게 된다. 자가 구매가 가능한 가구도 가격이 하락하면 굳이 지금 주택을 구입할 필요가 없음으로 전세주택에 눌러앉게 된다. 결국 주택가격의 하락세는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은 줄이는 반면 수요는 증가시킨다.

그러나 임대인이 아무리 전세를 올리거나 월세를 더 받으려고 해도 시장에 민간임대주택이 충분해서 임차인이 다른 임대주택을 쉽게 구할 수 있다면 전세가를 올리기가 힘들 것이다. 결국 가격 안정세에 따른 전세가의 상승이 현실화되려면 민간임대주택의 공급 부족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의 전세가 상승은 그런 매매가 안정 효과와 민간임대주택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결합된 결과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흔히들 믿고 있듯 주택 거주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주택 거주 수요의 증가율은 분명히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과거 고성장기와 같은 급격한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 양도차익을 통해 수익을 실현해야 하는 다주택자들의 수익구조를 옥죄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민간임대주택의 공급 확대를 어렵게 해 월세든 전세든 지속적인 임대료의 상승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구매여력 있는 이들에 투자 숨통 터줘야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듯 장래에는 저성장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과거와 같이 다주택자들이 투기적인 행태를 보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주택 구매 여력이 있는 가구들로 하여금 투기자로서의 역기능보다는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릴 수 있는 투자자로서의 긍정적인 역할을 강화시킬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이 변화가 유효하다면 체인처럼 연결되는 거래 활성화를 통해 주택 매매 시장의 침체 극복과 하우스푸어의 문제를 정상적인 시장기제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효과를 즐기게 될 것이다. 다주택자는 마음에는 안 들지만 분명히 필요한 존재이다. 이제는 나잇살을 여유 있게 담아줄 수 있는 풍덩한 청바지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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