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 내수시장 좁아 자력으로 위기극복 힘들 것"

"한국 내수시장 좁아 자력으로 위기극복 힘들 것"<br>美등 해외시장 살아나야 문제 해결 가능<br>中은 경기부양 효과로 올 8% 성장 무난<br>美국가부채 증가율, GDP 훨씬 앞질러<br>달러화 붕괴는 장기적으로 필연적일 것



“한국은 내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유럽 등 해외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발을 예측해 화제가 됐던 ‘화폐전쟁’의 저자 중국 쑹훙빙(宋鴻兵) 환구재경(環球財經)연구원 원장은 한국의 글로벌 금융위기 타개능력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가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하는 등 다양한 내수 경기 부양책을 쓰겠지만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정부가 국채 발행 등 적극적으로 대규모 재정투자에 나서고 있어 올해 8%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경착륙 가능성을 일축했다. 중국경제에 대해서는 맹목적으로 낙관하는 반면 한국경제에 대해선 냉혹한 시선을 갖고있다는 느낌이었다. 입춘(立春)을 맞아 봄 기운이 움트기 시작하던 지난 4일, 베이징(北京) 시내 동북쪽 제3순환로 옆에 위치한 쑹 원장의 사무실에서 세계경제의 불길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올해 세계경제의 중요한 화두는 무엇입니까. ▲전세계 금융시스템, 특히 상업은행 체계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겁니다. 이게 올해 세계경제를 관통하는 핵심 화두가 될 것입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62조달러로 추산되는 CDS(신용파산스와프)가 위험합니다. CDS 중 3분의 1 이상이 부실 우려가 매우 높은 정크본드에 투자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투자은행과 보험회사 등의 파산이 큰 문제였지요. 올해는 미국의 실물경제가 심각하게 쇠퇴하면서 위기가 더 증폭될 것입니다. 미국 경제가 쇠퇴하기 시작하면 정크본드의 부도율은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상업은행도 큰 충격을 받게 되겠죠.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은 무엇이고, 위기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우선 미국 금융시장의 차입거래(leverage)의 부작용이 너무 컸어요. 이 때문에 자산가격은 끊임없이 올랐고, 정부와 기업, 가계가 모두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됐죠. 그러다가 도저히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개인과 기업, 금융권을 포함한 미국의 총부채가 전체적으로 너무 과다한 상태에서 자산가격이 폭락한 것도 문제가 됐습니다. 과대한 부채와 자산가격의 하락이 금융위기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경제 위기를 모두 4단계로 구분하고, 당장 오는 4월부터 제2의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셨는데요? ▲첫 단계는 2007년 2월부터 2008년까지의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 모기지 부실 사태였고, 두 번째 단계는 2008년 6월부터 올해 말까지의 ‘금융 쓰나미(지진해일)’로 CDS가 큰 문제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단계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다시 두 단계의 파동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 파동은 작년 5월에 시작했고 9월과 10월에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고, AIG가 국유화 되면서 절정에 달했었지요. 첫 파동이 투자은행에 충격을 주었다면 두 번째 파동은 상업은행을 휩쓸게 될 것인데, 올해 4월부터 10월 사이에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 때 미국의 상업은행 시스템이 일대 혼란을 겪게 될 것이고 그 충격은 제 1파동에 비해 3배가량 더 클 것입니다. 부동산 관련 파생금융상품은 물론 기업 채권과 지방정부 채권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특히 정크본드가 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입니다. 현재 미국 기업들의 정크본드 가운데 위험수위에 달한 채권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에 대한 디폴트가 급속히 확산될 경우 다수의 은행들이 도산하면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이 깨질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위기의 제3단계는 ‘금리 화산폭발’입니다. 올해 말부터 내년 사이에 발생할 가능성이 큰 이 단계에서는 금리스와프(IRS)에 문제가 생길 겁니다. 또한 미 국채 발행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금리가 폭등하고 미 달러화에 대한 대규모 매도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위기의 마지막 단계는 ‘달러 빙하기’입니다. 상업은행들이 대거 도산하고 미 달러화의 증발로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이 단계에서는 심각한 자산 디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달러 빙하기’라니 실감이 가지 않는데요,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에서 그런 일이 생기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지요. 그렇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 반드시 달러의 빙하기는 올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미국의 전체 부채규모는 53조달러에 달하고, 미국의 GDP는 13조8,000억달러 수준입니다. 그리고 가장 낮은 속도로 늘고 있는 미 국채의 연평균 증가율이 5%이고, 신용카드 부채 증가율은 15~20%가량 되지요. 반면 미국의 연간 GDP 성장률은 평균적으로 3%수준밖에 안되죠. 부채증가 속도가 GDP 증가속도를 이렇게 크게 상회하는 상황에서 달러의 붕괴는 필연적인 것입니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이 같은 사태가 언제일지 예단할 수 없지만 반드시 도래합니다. 올해일 수도 있고, 내년일 수도 있고, 5년 후 또는 10년 후 일 수도 있겠지요. -금융위기는 언제 끝날까요, 위기의 종식 신호는 무엇입니까? ▲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겁니다. 앞서 자산가격의 과다한 상승과 채무의 폭발적인 증가가 위기의 근원이라고 말씀 드렸지요. 위기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세계적으로 통일된 화폐 발행권의 형성입니다. 지금 전세계에는 모두 200여종의 주권화폐가 존재합니다. 지금 세계경제 위기를 초래한 배후 세력은 전세계 경제를 일체화해서 세계중앙은행과 세계 통일화폐를 발행하는 ‘신브레튼우즈’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은 지역단위 화폐를 우선 만들고 나아가 세계 단일 화폐를 창출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겁니다. 그 같은 상황이 나타나게 된다면, 그걸 위기의 종식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이번 금융위기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한국은 어떻게 금융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국의 상황은 여러 측면에서 중국과 흡사합니다. 중국이 아시아적 생산모델의 전형이라면, 미국은 서구식 생산모델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한국은 내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ㆍ유럽의 내수기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중국과 다릅니다. 그래서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해외시장이 축소되면서 아주 심각한 수출 둔화를 겪고 있는 것이지요. 한국이 내수를 확대하고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경기부양책을 쓰겠지만, 해외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한국의 내수시장은 너무 작아서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는 힘겨워 보입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중국이 올해 목표대로 8%성장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5% 아래로 떨어진다면 물론 큰 문제가 생기겠죠.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요. 아시다시피 중국은 일당 지배 국가입니다. 고도로 집중된 중앙권력은 독재적 방식으로 자원을 유효적절하게 배분하면서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의 쓰촨(四川) 대지진을 비롯해, 그 이전의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규모 홍수와 화재, 가뭄 등을 대처하는 중국 정부의 신속함을 이미 확인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아마 정치상의 중대한 위기가 초래되지 않는 한 중국경제의 경착륙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올해 8% 성장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중국 정부는 경제회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투자에 나서고 있고, 국채 발행도 대폭 늘리고 있지요. 그러나 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단기투자 보다는 철도 건설과 교육, 농촌과 의료시설 확충 등 보다 건설적인 투자를 늘려야 합니다. -세계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관적 전망이 많습니다. 이 상황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중국이 스스로 소비를 진작하고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미국과 유럽에 단순히 의존하는 기존의 경제모델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해요. 미국의 경우 과소비가 문제였다면, 중국은 지나친 저축에 소비부진 문제가 심각합니다. 중국도 미국이 ‘금융의 지렛대’를 사용했던 것처럼 이를 통해 소비를 확대해야 합니다. 미국이 원금의 7~10배에 달하는 지렛대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은 지나쳤지만, 지금 중국의 지렛대 효과가 ‘0’에 가까운 것도 정상은 아니지요. 앞으론 중국도 금융의 지렛대 작용을 원금의 3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의료ㆍ교육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택과 자동차, 가존용품의 소비를 지금보다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거예요. -‘화폐전쟁’의 후속 저작은 언제 출판됩니까. 책의 제목은 정했나요? ▲올해 6월에 출판할 예정이고, 제목은 ‘화폐전쟁 속편’입니다. 기존의 책이 미국의 화폐발행을 둘러싼 로스차일드의 음모와 화폐전쟁을 다뤘다면 후속작품에서는 세계화폐의 발행권을 둘러싼 글로벌 금융자본의 음모와 화폐전쟁에 대해서 썼습니다.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배후에는 금융ㆍ매스컴ㆍ제약 등의 업종들을 대표하는 17대 패밀리(가벌)가 존재하고, 이들은 미국 대통령 등을 ‘얼굴 마담’으로 내세워 기본적인 방침과 정책을 결정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지요.
● 쑹훙빙은 누구

94년 渡美… IT공학 석사
국책모기지기관등서 일해 1968년 중국 쓰촨(四川)성 출생. 산둥(山東)성 둥베이(東北) 대학을 졸업하고, 1994년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칸 대학교(American University)에서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연방정부와 금융기업, 의료업, 통신업 등에서 일했으며, 귀국 직전에는 미국 양대 국책 모기지 기관인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에서 컨설턴트 고문을 맡기도 했다. 이 때 그는 미국의 금융파생상품을 접했으며, 이 경험이 2007년 6월 발간한 '화폐전쟁'을 쓰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초 귀국해서 베이징 홍위안증권의 파생상품부 총경리를 거쳐 지금은 '환구재경연구원(環球財經硏究院)'의 원장으로 있다. '화폐전쟁'에서 그는 이번 금융위기를 포함한 지난 200년간 경제위기의 배후에는 유대계 금융자본인 로스차일드(Rothschild)가 있으며, 이들은 달러 발행권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면서 경제위기를 조장해 막대한 부(富)를 축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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