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은 서민경제와 중소기업의 도우미가 되겠다면서 부쩍 '우산론'을 강조했다. 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고 있는 '특별출연 협약보증'은 대표적인 사례다. 대출 위험이 큰 중소기업 대출을 활성화하고 담보 여력이 부족한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하기 위함이었다.
서울경제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08년 11월과 지난해 10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신보의 특별출연 협약보증을 통해 시중은행들은 총 7,172억원을 출연, 8조3,654억원을 중소기업에 보증 지원하거나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동시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과 외환, 한국씨티은행의 출연 금액은 지난 3년 동안 '0원'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당국에서 시행 중인 각종 상생 대책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특히 한국씨티은행의 행보는 더욱 실망스럽다. 같은 외국계 은행이라지만 솔직히 투기자본 론스타가 주인인 외환은행이나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SC)를 새 주인을 맞은 SC제일은행에 우리 시중은행과 같은 무게의 사회적 책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2004년 세계 최대은행이었던 씨티은행과 '작지만 강한 은행'이었던 한미은행이 합쳐져 만들어진 한국씨티는 이들과 다르다. 통합은행은 어느 곳보다 시너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씨티는 가장 높은 예대마진을 책정, 금리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한국씨티은행은 여전히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토종 은행인 한미은행이 뿌리'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지난 7년간 어떤 외국계 기업보다 철저하게 실리만 쫓아온 야박한 금융의 속성을 드러낸 것을 그들 자신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한국씨티은행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맏형'다운 모습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토종 은행을 발판으로 국내시장에서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더욱이 그들의 수장은 한때 금융계의 스타 최고경영자(CEO)로 불렸던 하영구 행장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