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입 길 안보여 답답" 설명회·시험장 혼란

"정보 찾으러 나와봤지만 다 잘봤다는 말에 갈피 못잡아" 설명회장 학부모들 침통

변별력 떨어져 상위권 경쟁 치열

"정시 대신 수시서 승부" 늘어 등급 컷 못맞춰 논술 포기도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진지한 자세로 201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치르고 있다. 수능 등급 컷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이 시험을 포기하면서 곳곳에 빈자리가 보인다. /이호재기자

"집에서 속앓이 하는 것보다 하나라도 더 듣는 게 낫겠다 싶어 나오기는 했는데 뚜렷한 해법이 안보여 저도 미치겠어요."

수능이 끝난 첫 주말인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역 앞에서는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이더니 즉석에서 팀을 꾸려 택시에 탔다. 이들은 이미 오전에 강남구 역삼동 진선여고에서 진행됐던 하늘교육 대입설명회에서 받은 자료집을 들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메가스터디 주최 대입설명회에는 학생·학부모 등 6,000여명이 모여 구름 인파를 이뤘다. 네 시간이 넘게 진행된 설명회는 쪽집게 강의를 방불케 했다. 강사진으로 나선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가 "올해 대입은 예측하기 어려운 안개 상황이라 정시 전략도 수능처럼 준비해야 한다"며 70쪽에 달하는 자료집을 설명하는 동안 학부모들은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손 대표가 '기회', '희망' 등을 이야기할 때 간혹 얼굴이 밝아지긴 했지만 시종일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전북 전주에서 온 가족이 상경한 방모씨는 "당장 다음 주에 아이가 수시 논술을 앞두고 있는데 가야하는 건지 고민"이라며 "성적이 나쁘지는 않은데 올해는 수능이 쉬워서 너도나도 잘 봤다고 하기에 도저히 안 되겠어 나왔지만 답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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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일에 성균관대와 서강대, 경희대 등에서 치러진 대입 수시 논술장에도 이른 아침부터 학생과 학부모가 초조한 얼굴로 모여들었다. 16일 자연계 수험생들이 수시 논술을 치른 종로구 성균관대 인근 카페와 식당은 이른 아침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강대와 경희대 주변도 시험시간 전부터 수험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수능이 너무 쉬워 변별력이 떨어져 물수능 논란이 제기되자 수능 등급 컷을 충족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정시까지 가지 말고 수시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이과의 경우 수능 고득점 인플레가 특히 심각할 것으로 예상돼 '나만 잘 본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잘 봤다'는 심리가 있다"며 "수능만으로는 최상위권이 워낙 촘촘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쉽사리 수시 지원한 대학을 포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시 올인 경향은 국어 B형이 어려웠던 인문계열보다는 자연계열에서 더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높은 의대와 치대를 비롯한 경쟁률이 치열한 학과 수시 시험장에는 빈 자리가 절반이 넘는 곳도 있었다. 상위권 학생들이 6월, 9월 모의고사를 기준으로 의대·치대 등을 지원했지만 수학이 쉬워진 탓에 실수로 한 개 이상 틀린 경우 수능 등급 커트라인을 충족하지 못해 결시 자가 속출한 탓이다. 성대 의대에 수시를 지원했지만 포기했다고 한 이모(18)양은 "수학을 4점짜리 문제를 틀리면서 2등급으로 떨어져 수시를 아예 치러가지 않기로 했다"며 "지금까지 공부한 것들이 너무 허무하다"고 했다. 외고에 재학 중인 이양의 반에는 벌써 재수를 결심한 친구들이 열 명은 넘는다고 한다.

학생들이 수시에 갈팡질팡하는 건 올해 정시에서 유난히 상위권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대가 정시모집에서 수능성적만을 100%로 선발하고 연세대와 고려대 등 일부 대학에서 학생부 반영비율을 10% 이하로 낮춰 수능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가운데 수능이 쉽게 출제되자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이 커진 것이다. 올해 치른 재수생 첫째와 고3 둘째 아들을 둔 임모(49)씨는 "최소한 1∼3등급은 변별력을 둬야 할 것 아니냐"며 "일단 수시를 치러가기는 하지만 정시를 지원해야 할텐데 전문가들도 구체적인 해답이 없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정시도 철저히 준비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는 "2011학년도에도 수능이 쉽게 출제됐지만 정시에서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성공한 케이스가 많았다"며 "의학계열 정원이 1,000명 가까이 늘고 재수생의 안정지원 성향이 강해지는 점, 정시모집에서 서울대가 나군에서 가군으로 이동하는 등 대학의 모집군 변화 요소들을 잘 이용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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