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4월 04일] 메가뱅크 논란을 보며

일본의 국기(國技)라 할 수 있는 스모 선수들은 평균 수명이 대략 50세라고 한다. 스모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몸을 불려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온갖 성인병을 앓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모 선수들은 ‘짧고 굵게 사는’ 길을 처음부터 선택한 셈이다. 장수보다는 젊었을 때의 명예와 부를 누리는 게 좋다는 생각일 것이다. 요즘 관가에서 연일 시끄럽게 얘기되고 있는 ‘메가뱅크 논란’을 지켜보며 느닷없이 스모 생각이 나서 하는 말이다. 금융 공기관의 매각을 책임지는 금융위원회에서는 개별 매각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병원 우리금융지주회장이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ㆍ기업은행을 하나로 묶는 ‘메가뱅크(초대형은행)’에 대한 방안을 주장하면서 여러 가지 논란들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메가뱅크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모와 함께 떠오른 생각은 과거 외환위기 수습과정에 등장했던 ‘빅딜’이다. 빅딜은 우리 기업들이 문어발식 확정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정작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덩치 큰 기업으로 크지 못했다는 아쉬움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국가가 유사 업종에 걸쳐 있는 이런저런 기업들을 끌어 모아 덩치 큰 기업으로 만들어주자는 생각은 어떤 의미에서는 설득력도 있었다. 그렇지만 빅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고 경쟁 기업들은 그 와중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겪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정략 결혼’과 ‘이혼’이 뚝딱뚝딱 전개되는 판이니 부작용이 없을 수가 없었다. 빅딜 발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덩치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 강만수 장관이 메가뱅크를 지지하는 이유도 바로 덩치에 있다. 강 장관은 “우리 경제 규모는 아시아 3위인데도 우리나라 최대 은행은 세계 70위 정도밖에 안 된다. 적어도 아시아 10대 은행 하나는 있어야 하는데 그것(메가뱅크)이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동안 외국의 움직임을 봐도 은행끼리 서로 뭉쳐서 덩치를 키우는 경우가 많았던 사실에 비춰볼 때 강 장관의 말을 그저 아이디어 차원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강 장관 등이 주장하는 메가뱅크가 등장하면 자산 규모가 500조원이 넘는 세계적인 금융사가 우리나라에 등장할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메가뱅크를 만들 것이며 또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에 있는 것 같다. 메가뱅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큰 은행을 국내에서 과연 누가 인수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8조원 정도 조달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을 인수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액수가 그 정도면 적당한지는 아직 판명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정부 사람들은 “국내에 흘러 다니는 돈이 얼마나 많으냐. 메카뱅크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여러 컨소시엄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1대 주주가 나올 수도 없을 것이다. 특정 재벌의 은행 소유에 대한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돈 걱정은 말라는 이야기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운영 주체는 또 어떻게 될까. 메가뱅크가 재정부 사람 말처럼 여러 자금이 모여 뒤죽박죽으로 만들어지게 되면 아무래도 정부 사람들이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지향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방침과 배치될 수 있다. 논란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 세계 30위권의 큰 은행이 등장한다.’ 물론 좋은 일이고 흥분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스모 선수를 만들어내는 과정처럼 ‘비만ㆍ관료형’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더구나 지금은 시간에 쫓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 지시대로라면 4월 중에 ‘메가뱅크’ 방안의 결론이 나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정부 관계자들의 현명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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