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오르고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증권주 주가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주 열린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양적완화 축소를 유예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당분간 글로벌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대금도 이달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추가 상승도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 연기로 한국 시장으로 몰렸던 자금이 다시 다른 신흥국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아 지수상승에 따른 주식시장 활황까지 나아가기는 다소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증권주 주가가 오르고는 있지만 보수적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증권업종지수는 5.86포인트(0.35%) 오른 1,673.88을 기록했다. 8월28일 1,517.15로 바닥을 찍은 후 꾸준히 오른 것으로 한 달도 채 안돼 10.3%가량 올랐다.
이날도 우리투자증권(2.18%), 미래에셋증권(1.98%), 현대증권(1.72%), 대신증권(1.19%) 등 중대형 증권사들의 주가가 대부분 올랐다. 다만 동양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동양증권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증권주들이 주목 받는 것은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랠리로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증권사들 수익의 바로미터가 되는 거래대금 역시 지난 7월 바닥을 친 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거래대금은 7월 3조6,426억원에서 8월 3조8,259억원으로 상승 반전했으며 이달에는 4조5,466억원으로 두 달 만에 4조원대를 회복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최근 한 달처럼 가파르게 코스피지수가 상승하기는 어렵지만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상승세 자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순매수가 19거래일 연속 이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3.83포인트(0.19%) 오른 2,009.41포인트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2,982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과 개인은 각각 2,564억원, 433억원을 순매도했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가 연기되면서 지수 상승세는 조금 더 이어질 수 있지만 조정 압력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하반기에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고 일관되게 말해오고 있으며 그 시기는 12월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주가 일시적으로 반등하기는 했지만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의 시장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수익개선 등 증권주의 주가반등을 이끌 요인이 없어 전망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인투자자들 역시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섣불리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